[보험사기 검은유혹]생보-손보사 정보 공유 '수상한 고객' 잡아냅니다

by정다슬 기자
2015.03.19 16:00:00

허위 입원 '나이롱 환자'
대부분 생·손보 중복가입
개인정보 침해는 딜레마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보험사기 방지를 위해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손을 맞잡았다. 정부가 올해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을 설립하면서 생·손보사끼리는 정보를 공유하겠다는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서로 들여다볼 수 없었던 금단(禁斷)의 벽이 무너지면서 보험사기 방지시스템에도 일대 혁신이 일어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내년 종합 신용정보집중기관이 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보험개발원으로 나눠 있던 정보를 바탕으로 좀 더 고도화된 보험사기인지시스템(FDS)을 구축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그동안 생보협회는 생보사에만, 손보협회는 손보사와만 정보를 공유했는데 종합 신용정보집중기관 구축으로 이 둘 사이의 통합이 가능해졌다”며 “통합된 정보에 통계적 분석기법을 도입해 FDS를 구축하면 대단히 큰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보험 계약 관련 정보는 생보협회, 손보협회, 보험개발원이 나눠 관리하고 있다. 생보협회는 지난 2007년 보험계약과 사고정보를 담은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보험대출 정보도 갖고 있다. 또 손보협회는 실손보험 계약정보를 관리하며, 보험개발원은 자동차보험 계약 정보와 보험요율 산정을 위한 광범위한 보험금 지급 정보를 갖고 있다.

또 그동안 고객의 가입 여부조차 확인할 수 없었던 우체국, 새마을금고, 신협, 수협 등 4대 공제회의 정보 역시 보험업권과 공유된다. 4대 공제회 역시 보험업권의 정보를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구체적인 기준은 추후 만들어지겠지만, 개정된 신용정보보호법으로 이들 업권이 정보를 공유하는데 법적인 문제는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들 보험정보를 한데 모으면 다수 보험에 가입한 뒤 거짓으로 보험금을 타는 보험사기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 많은 보험사기 사례를 살펴보면, 많은 범죄자가 거액의 보험금을 위해 생·손보를 가리지 않고 중복 가입을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2014년 중 적발한 허위·과다입원(나이롱 환자) 보험사기 주요 혐의자 111명을 분석한 결과, 이들은 장기입원 직전 6개월 내에 평균 6.9건의 보험에 집중가입했다. 조효민 금감원 수석조사역은 “생명보험은 하루 입원 시 나오는 보험이 정액으로 보장되고 실손보험도 치료비의 최소 80%가 보장된다”며 “두 보험의 특성을 각각 활용해 중복으로 가입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송윤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도 정액담보조회시스템으로 일부 손·생보사의 정보가 공유되지만, 볼 수 있는 정보가 제한돼 있어 사실 한계가 많았다”면서 “생·손보·보험개발원의 정보가 통합되면 정보의 깊이와 넓이가 확 달라져 사전에 의심되는 고객들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는 보험회사가 보험사기가 합리적으로 의심되는 경우 바로 감독 당국에 보고하도록 하고 이것이 즉각적인 보험사기 수사로 이어질 수 있도록 보험업법 개정에 나설 방침이다.

다만 보험사기 예방을 위해 보험사에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보험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은 딜레마다. 김진홍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은 “사회 일각에서는 보험회사가 내 정보를 마음대로 엿보지 말게 해달라는 요구 역시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해 고려를 하면서 신용정보집중기관의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을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