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끊길라"…50년 만에 낮술 금지 풀린 이 나라

by이민하 기자
2025.12.04 09:56:26

52년 만에 오후 금주령 해제
관광객 감소, 경기 타격 커
한 달 만에 정반대 정책 선회
정부 “시대 달라졌다” 인정
6개월 시범 운영 후 허용 검토

방콕 카오산로드에서 음주를 즐기고 있는 여행객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데일리 이민하 기자] 태국 정부가 53년간 유지해 온 오후 주류 판매 금지 조치를 한시적으로 해제하며 관광 활성화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내년 5월까지 시범 운영 후 음주 관련 사고와 범죄 통계를 토대로 영구 폐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태국 보건부는 3일(현지시간)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소매점과 음식점 등에서 주류 판매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주류통제법 시행 규정 개정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180일 동안 주류 판매 가능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자정까지로 확대되며, 기존 오후 금지 시간대였던 2~5시에도 맥주와 와인, 증류주 판매가 가능해졌다. 이번 조치는 1972년 공무원 근무시간 음주를 막기 위해 도입된 이후 유지돼 온 오후 주류 판매 금지 규정을 53년 만에 사실상 중단하는 것이다. AFP 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소폰 사룸 태국 부총리는 “과거에는 공무원들이 몰래 술을 마시러 나갈까 봐 걱정했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며 해당 규제가 더 이상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시사했다.

이번 조치는 태국 관광업 활성화를 위한 결정으로 분석된다. 올해 1~9월 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 대비 7.11% 감소했다. 그러나 태국 보건부는 지난달 8일 오후 2~5시 음주 행위 자체를 처벌 대상으로 명시하고, 외국인 관광객도 예외 없이 최대 1만바트(약 46만 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개정안을 입법했다. 규제 발표 직후 관광·외식업계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주변국에 비해 과도한 규제가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비판했다. 결국 국가주정정책위원회가 지난달 금지 해제 추진에 합의하면서 불과 한 달 만에 정책 기조가 ‘강력 규제’에서 ‘시범 완화’로 급선회했다.



태국에서 관광 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20%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다. 이번 규제 완화는 연말연시와 내년 송크란(태국 설)까지 이어지는 성수기를 앞두고 관광 회복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파타나 프롬팟 보건부 장관은 관보를 통해 “현 경제·사회 상황에 맞춘 합리적 조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태국 정부는 이번 조치가 ‘영구 폐지’가 아닌 6개월간의 시범 운영임을 명시하고 기간 중 음주운전 사고, 폭력·범죄 발생, 공중보건 지표 등을 집중 모니터링해 내년 5월께 영구 허용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오후 판매 허용과 함께 자정 이후 판매 금지는 유지하되, 관광 특구에 한해 새벽 1~4시까지 실질적인 음주가 이뤄지는 현행 체계의 합법화·정비 여부도 추가 논의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