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화재 참사 관계자 13명 체포, 피해 주민 지원 확대

by이명철 기자
2025.12.02 09:57:42

인화성 기준 미달한 자재 시공, 과실치사 등 혐의
지난달 26일 화재 후 151명 사망, 실종자 30명 이상
유가족에 조의금 등 지급, 부상자 의료비 면제 실시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150명 이상이 사망한 홍콩 아파트 화재와 관련해 현지 경찰이 13명을 체포했다. 피해가 발생한 건물이 일부 기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밝혀지는 등 부실 공사 의혹이 제기돼서다. 홍콩 당국은 이와 함께 유가족과 피해 주민 등에 재정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1일 홍콩 윙폭 아파트 화재 발생 현장에서 경찰관들이 수습 작업 중이다. (사진=AFP)


2일 중국 펑파이, 이차이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지난달 26일 발생한 윙푹 아파트 화재와 관련해 지금까지 엔지니어링 컨설턴트, 시공업자 비계(고층 건설 현장 임시 구조물) 책임자 등 총 13명을 과실치사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이며 추가 체포 가능성도 있다.

홍콩특별행정구측은 현장 법의학 조사 결과 피해 건물 내 7개 장소에서 채취된 비계 그물 샘플이 인화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홍콩 경찰은 지난 이틀간 화재가 난 아파트 20개 장소에서 비계용 그물 샘플을 채취했으며 고층, 중층, 저층 7개 건물에서 채취한 샘플이 불연성 검사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크리스 탕 홍콩 보안부 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열악한 비계망이 혼합되어 사용됐다는 의혹이 있었다”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샘플들은 대체로 준수했으나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서는 기준 불이행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말했다.

아파트 시공 관련자들이 정부 검사를 피하려고 가까운 곳만 기준에 충족하는 시설물을 배치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화재 확산은 비표준 비계망과 고인화성 폼 패널의 사용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 창문 유리가 깨지고 불길이 건물 내부로 번졌다고 탕 장관은 전했다.



화재로 휩싸인 윙푹 아파트의 7개 주거 단지 모두 사고 전 리모델링 중이었으며 수리 작업에 사용된 외부 비계가 안전상의 위험을 초래했는지에 대한 대중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이차이는 지적했다.

지난 1일 홍콩 윙폭 아파트 화재 사고 주변 보행자 터널 벽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메모가 붙어 있다. (사진=AFP)


윙푹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전날 오후 4시 기준 151명이 사망했고 30명 이상이 실종 상태다. 첫날엔 수십여명이 사망했으나 실종자가 속속 사망한 채로 발견되면서 사망자 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경찰은 사망자 수가 증가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홍콩행정특별구는 전날부터 화재로 사망한 사람들의 가족과 피해 주민에게 재정 지원을 시작했다.

우선 유가족에겐 조의금 20만홍콩달러(약 3779만원)와 장례 보조금 5만홍콩달러(약 945만원)를 지급하고 5만홍콩달러의 생계 보조금과 긴급 구제금 1만홍콩달러(약 189만원)를 지원한다. 부상자의 경우 7일 이상 입원한 환자에겐 10만홍콩달러(약 1890만원), 6일 이하 입원은 5만홍콩달러를 각각 지급한다.

또 이번 화재로 병원 당국 산하 공공병원에 입원한 모든 부상자는 내년말까지 전체 치료·재활 과정에서 필요한 의료 서비스(의약품·의료기기 포함)가 전액 면제된다.

지금까지 윙푹 화재 피해 복구 지원을 위해 마련된 원조기금엔 13억홍콩달러(약 2457억원)의 외부 기부금이 들어왔다. 홍콩 정부가 투자한 3억홍콩달러(약 567억원)를 합쳐 약 16억홍콩달러(약 3024억원)가 모였다. 해당 기금은 주민들의 주택 재건에 사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