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비·나플라' 병역비리 137명 적발…檢 "엄정한 법 집행"(종합)

by조민정 기자
2023.03.13 16:13:05

13일 남부지검·병무청 합동수사팀 수사결과 발표
연예인·운동선수·의사 등 적발…지인·가족 공범도
'나플라 출근부 조작' 공무원·소속사대표 기소
브로커들 수수한 16억 전액 추징보전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허위 뇌전증(간질) 병역면탈을 수사해 온 검찰이 병역브로커와 면탈자, 공범 등 총 137명을 적발하고 범죄수익 16억 147만원을 추징보전했다. 병역면탈자 중엔 래퍼 라비·나플라, 배우 송덕호 등 연예인을 포함해 운동선수, 의사 등 전문직과 그의 자녀들도 포함됐다.

서울남부지검·병무청 합동수사팀은 13일 오전 서울남부지검 브리핑실에서 ‘뇌전증 위장 병역면탈 사범’ 종합수사결과 병역브로커(2명), 병역면탈자(109명), 공무원(5명) 및 공범(21명) 등 총 137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병역브로커 2명, 혐의를 적극 부인하는 병역면탈자 2명, 나플라와 그의 범행에 가담한 공무원 2명 등 총 7명은 구속 기소했다.

합동수사팀은 지난해 12월 5일부터 3개월 간 뇌전증 위장 병역면탈 사범 등에 대한 대규모 수사를 전개해왔다. 병역 브로커 구씨와 김씨를 통해 병역을 면탈한 이들은 프로배구 OK금융그룹 선수 조재성과 K리그 축구 선수 등 프로(실업) 운동선수를 비롯해 래퍼 라비·나플라, 배우 송덕호 등이 포함됐다. 의사, 의대생 등 14명의 전문직과 변호사·한의사 자녀 등도 적발됐다.

병역의무자들은 브로커가 마련한 ‘허위 뇌전증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최초 ‘병역판정검사’부터 ‘병역처분변경’ 절차까지 신체검사의 모든 단계에서 뇌전증을 위장해 병역을 면탈했다. 의뢰인에게 계약 건당 300~1억1000만원까지 건네받은 브로커 구씨와 김씨는 각각 총 13억 8387만원, 2억 1760만원을 수수했다.

면탈자 중 2021년 2월부터 서초구청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한 나플라는 141일 동안 한 번도 출근하지 않은 데다, 이미 4급 판정을 받았음에도 병역을 완전히 회피하기 위해 병역면탈을 수차례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질환을 이유로 극심한 증상을 호소한 그는 수차례 복무를 중단하기도 했다. 검찰은 나플라의 출근부를 조작한 서울 서초구청 공무원, 서울지방병무청 복무지도관을 구속기소하고, 연예기획사 공동대표 등 관련자 4명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단순 방조를 넘어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가족과 지인들도 병역법 위반 등 공범으로 함께 기소했다. 전 대형로펌 변호사, 한의사 등 공범들은 브로커와 공모해 계약, 대가 지급, 발작 목격자 행세 등으로 병역 감면에 가담했다. 검찰 관계자는 “단순히 도와준 정도가 아니라 면탈자 본인보다 훨씬 주도적으로 면탈을 주도한 공범들에 대해 엄격한 입건 기준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병역면탈과 병역비리 범행의 재발을 막고 향후 병무청과 관련 수사를 이어나가겠단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병역비리 등 범죄가 언제가 됐든 세상에 밝혀져서 처벌받는단 점이 알려지고 이를 통해 다시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병무청과 앞으로 협력을 강화해 관련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구상엽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가 13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검찰청 브리핑룸에서 병역면탈 및 병무비리 사건 관련 검찰과 병무청의 합동수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병무청은 이번 합동수사 결과를 토대로 △정밀한 병역판정검사 체계 구축 △병역면탈 추적관리 및 모니터링 체계 강화 △특사경 직무범위 확대 및 병역면탈 조장정보 단속 강화 △공정한 병역이행 문화 확산 등 다각도로 제도개선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무릎수술, 탈골 등 신체에 물리적 손상을 가해 병역면탈을 시도하던 과거와 달리, 쉽게 판단할 수 없는 정신질환을 면탈 수법으로 활용한 만큼 병무청에서 병역검사를 강화하겠단 뜻이다. 단순히 약 복용 여부뿐 아니라 농도까지 확인하고, 향후 비슷한 범행이 재발하지 않도록 뇌전증, 이상운동증 등 정신질환을 중점관리질환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4~6급 처분을 받은 연예인·체육선수 등 병적 별도관리 대상은 의사·법조인 등 전문가가 참여해 병역이행 과정을 검증하고, 병역처분 후에도 병원진료·취업·사회활동 등 개인 이력을 일정 기간 추적 관리해 감시를 강화한다.

병무청 관계자는 “사회복무요원에 대한 2차 관리가 병무청에 있는 만큼 출근부 조작 등을 실제 적발하기 위해 불시 점검 등에 나서겠다”며 “앞으로도 종합대책을 면밀히 수립해 여러 병역면탈 범죄가 사회에 발 붙이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