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최대 판자촌 '구룡마을' 개발 본격화

by신수정 기자
2023.02.07 15:14:31

SH공사, 토지보상 공고 준비…공시가격 기준으로 보상
용적률 250% 적용해 기존 2800→3600가구…35층 높이로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지난달 설 연휴 직전 큰 불이 난 서울 강남구 개포동 무허가 판자촌인 ‘구룡마을’이 본격적인 개발에 나선다. 서울시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를 통해 토지보상을 진행한 후 도시개발사업인 공영개발로 진행된다. 규모는 3600가구 수준이다. 일부는 토지임대부 주택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설 연휴 전날인 지난달 20일 오전 구룡마을에서 발생한 화재로 주택 60채, 면적으로는 2700㎡가 소실되고 이재민 62명이 발생했다. (사진=뉴스1)
SH공사는 조만간 구룡마을 토지보상 공고를 내고 보상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7일 밝혔다. 일부 토지주는 공시가격이 아닌 인근 개포동 아파트 단지 시세에 준하는 보상금을 요구하고 있지만 SH는 감정평가에 따른 공시가격 기준으로 보상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구룡마을은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철거민이 자리 잡으면서 형성한 무허가 판자촌이다. 서울에서 가장 규모가 큰 무허가 판자촌으로 부지 규모만 26만4500㎡(약 8만평)이 넘는다. 도곡동 타워팰리스, 개포동 개포주공아파트와 멀지 않은 유리한 입지 때문에 199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개발 압력을 받아온 곳이기도 하다.



재개발 사업을 발목 잡던 토지 보상 문제가 본격화하면서 사업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앞서 구룡마을에서는 설 연휴 직전인 지난달 20일 큰불이 났는데 오세훈 서울시장은 반복되는 화재의 근본적 해결책이 ‘재개발 사업’이라고 언급해 개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 결정은 김헌동 SH 사장의 요청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이 용적률을 최대한 올려야 고품질 임대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고 주장했고 시가 이를 받아들여 구룡마을 내 2종 일반 주거지역을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종상향해 최대 용적률 250%를 적용할 방침이다. 공급 규모는 애초 계획한 2800여가구에서 3600가구로 약 25% 늘어난다. 건물 최고 높이는 35층으로 예상되며 해당 건물은 사업지 내 도로변에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단지는 토지임대부(건물만 분양하는 방식) 주택을 포함할 예정이다. 앞서 시는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시절인 2020년6월 아파트 2838가구(임대 1107가구, 공공분양 991가구, 민간분양 740가구)와 도로, 공원, 학교 등 기반시설을 짓는 사업계획을 고시했다.

다만 이에 서울시는 용도지역과 요적률 등에 관한 사항을 다각도로 검토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SH공사에서 공공성, 사업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고 구체적 사업계획이 수립되면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 관련 절차를 거쳐 추후 확정될 사항으로 현재까지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