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이 밝힌 통화스와프 조건 '테드 스프레드'는 안녕하다[최정희의 이게머니]

by최정희 기자
2022.09.27 15:42:08

이창용 "'테드 스프레드' 보면 언제 美와 스와프할지 알 수 있다"
연준, QT에도 테드 스프레드 0.43%p…8월말 대비 세 배 뛰어
'통화스와프' 체결됐던 팬데믹 때는 1%p 넘어, 아직 조건 미달
단기 달러자금 넘친다…연준, 역레포 발행 규모 사상 최대 수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테드 스프레드(Ted spread)를 보면 언제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스와프를 고려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한미 통화스와프의 전제 조건에 대해 언급했다. 이 총재는 “달러 유동성을 판단하기 위해 연준이 살펴보는 테드 스프레드가 있다”며 “이것을 보면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코로나 위기때 크게 튀었는데 현재 달러 숏티지(부족) 현상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연준과 (스와프 관련) 정보 교환을 하고 있지만 연준이 어떻게 해주겠다고 얘기하기 어렵고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연준이 6월부터 양적긴축(QT)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테드 스프레드는 아직까지 안정적이다. 단기시장에선 달러가 넘쳐 연준이 역레포(reverse RP)를 사상 최대 수준으로 발행해 달러를 흡수할 정도다. 테드 스프레드만 보면 통화스와프는 아직 멀었다는 얘기다.



테드 스프레드는 3개월 미 국채 금리(무위험 이자율)와 3개월 리보(LIBOR·은행간 대출시 적용되는 금리) 금리간 차이를 보여주는 데이터로 금융시장 신용위험에 대한 시장 참여자의 심리를 측정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테드 스프레드가 높아지면 신용위험이 커진다는 신호인데 연준이 6월부터 양적긴축(QT)을 시작했음에도 아직까지 안정적인 모습이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FRB)에 따르면 이달 23일 테드 스프레드는 0.43%포인트로 나타났다. 3개월 미국 국채 금리가 3.20%였고 3개월 리보금리는 3.63%였다. 작년말 테드 스프레드는 0.16%포인트였으나 연준의 금리 인상, 양적긴축(QT) 등의 여파에 상승폭을 키웠다. 3개월 미 국채 금리와 리보금리도 당시엔 각각 0.05%, 0.21%에서 우상향한 것이다.

경기가 나빠지고 신용위험이 증가하면 테드 스프레드는 확대되기 마련이지만 아직 과거 위기 때와 비교해 양호한 수준이다. 신용위험이 커지면 투자자들이 위험회피 성향이 확대되면서 안전자산인 미국 3개월 국채 금리는 하락하고 은행간 대출금리인 리보금리는 상승하게 돼 둘 사이가 멀어지게 된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팬데믹 위기때 그랬다. 2008년 10월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됐던 당시 테드 스프레드는 4.58%포인트(10월 10일 기준)로 치솟았다. 당시 리보 금리는 4.82%로 9월 리만브라더스 파산 전인 2.7~2.8% 수준보다 두 배 가까이 급등했다. 국채 금리는 0.23%로 추락했다.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테드 스프레드는 1.44%포인트(3월 27일 기준)로 3월초 0.3%포인트대에서 한 달도 안 돼 세 배 넘게 폭등했다.



최근에도 테드 스프레드가 가파르게 뛰긴 했다. 연준이 6월부터 총 475억달러(국채 300억달러, MBS 175억달러) 규모의 양적긴축(QT)를 시작했고 9월부터 그 규모를 두 배(국채 600억달러, MBS 350억달러)로 늘린 이후 테드 스프레드는 8월말 0.17%포인트에서 0.43%포인트로 한 달도 안 돼 세 배 가량 뛰긴 했다. 또 같은 기간 미 국채 금리는 0.27%포인트 올랐는데 리보 금리는 0.53%포인트 올라 리보 금리가 국채 금리보다 두 배 가량 더 빨리 올랐다.

그러나 테드 스프레드 자체가 과거 통화스와프가 맺어졌던 당시 1%포인트가 훌쩍 넘었던 것에 비해 안정됐다는 평가다. 이 총재는 “통화스와프가 있으면 좋다”며 “미국의 전제조건을 보고 시장 상황이 전제 조건에 가까이 가면 충분히 얘기할 채널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 내 단기 달러 자금이 넘치고 있다는 점도 달러유동성 부족과 거리가 먼 상황이다. 세인트루이스 연은에 따르면 연준이 발행한 역레포 규모는 9월 23일 현재 2조3200억달러 수준이다. 작년말 1조9000억달러에 비해서도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는 시중에 달러가 많아 연준이 RP를 발행해 자금을 흡수하는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이 총재가 밝힌 대로 달러 유동성 부족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달러 유동성 지표인 3년 만기 스와프 베이시스(CRS 금리와 IRS 금리차)도 최근 마이너스(-) 77bp 수준으로 8월말(-38.5bp)보다는 악화됐지만 팬데믹 당시 -100bp 이상을 웃돌던 때에 비해선 평상시 수준이다.

주요국들이 자국 통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역환율 전쟁에 나서면서 미 국채를 팔고 있는 행태 역시 현재의 연준한테는 별 위협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금융위기, 팬데믹 위기 때는 연준이 금리를 내리던 시점이었다. 당시에 달러를 풀어 경기 부양에 나서던 시점이라 주요국의 미 국채 매도가 금리를 높일 경우 연준이 원하던 상황과 반대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고물가를 잡기 위해 달러 강세를 유도하고 금리 인상을 하고 있는 시점이라 주요국의 국채 매도가 연준한테는 별로 위협적이지 않다. 경기침체를 더 악화시킬 수 있지만 연준은 고통이 있더라도 물가를 잡는 게 우선이라고 정책 우선순위를 명확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