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연말 공백 틈타…`올빼미 공시` 꼼수 기승

by이후섭 기자
2018.12.31 17:46:56

자금조달 차질, 투자지연, 계약해지 등 잇따라
기재정정 공시 쏟아져…"내용 꼼꼼히 살펴봐야"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올해에도 증시 마지막 거래가 끝난 후 투자지연, 계약해지, 사업중단 등의 `올빼미 공시`가 여지없이 기승을 부렸다. 기해년(己亥年) 새해 증시 개장을 앞두고 회사 실적이나 경영에 악영향을 끼칠 공시가 적지 않게 쏟아졌던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8일 올해 마지막 주식 거래를 마치고 나서 와이아이케이(232140)는 미국 신설법인 지분 취득예정일이 기존 올해 12월 31일에서 내년 12월 31일로 1년이나 연기된다고 공시했다. 회사는 차세대 장비 핵심부품 확보 및 미주 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 신설법인(SYE Global Holding LLC)의 주식 10만5000주를 120억원에 취득하기로 했다고 지난 10월 결정한 바 있다. 지난 10월 6억원을 출자했고 나머지 114억원을 올해 말까지 2회에 걸쳐 출자할 예정이었으나, 42억원 규모의 출자는 내년으로 미뤄지게 됐다.

메디포스트(078160)도 지난 2014년 체결했던 중국 자회사 산동원생제약유한공사의 지분 취득예정일이 올해 말에서 내년 12월 31일로 변경된다고 공시했다. 메디포스트는 연골재생치료제 `카티스템`의 중국사업화를 위해서 현지 파트너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50%의 지분을 취득키로 했으나, 4년째 미뤄지고 있다. 회사 측은 “중국 내 생산입지 확보 등 투자계획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중국 법인의 자금소요계획이 확정된 이후 추가 출자여부 등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지분 취득 예정금액 350만 달러 중 30만달러를 지난 2015년 납입했다.

신규시설 투자나 자금조달 계획에 차질을 빚은 상장사도 다수다. 세방(004360)은 올해 말까지 예정됐던 수도권 제3물류센터 신규시설 투자가 내년 2월 28일로 연기된다고 이날 기재정정 공시를 통해 알렸다. 인선이엔티(060150)도 연말로 예정됐던 경남 사천 폐기물 매립사업장 조성이 설계변경 등으로 인해 4개월 지연됐다. 녹십자(006280)는 당초 올해 말까지로 예정됐던 국가 BCG 백신생산시설 구축 및 생산 일정을 오는 2020년 말까지로 2년이나 늦췄다.



STX중공업(071970)은 회생담보권 변제를 위해 경남 창원의 부동산을 올해 말 395억원에 팔기로 했으나, 대금 지급일이 내년 2월 11일로 미뤄졌다고 밝혔고 스포츠서울(039670)은 종속회사 아스팩투자조합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유중인 리드 지분 전량을 231억원에 팔기로 했는데, 처분예정일이 지난 28일에서 내년 3월 15일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지난달 계열사 데일리블록체인으로부터 총 80억원 규모의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했던 퓨쳐스트림네트웍스(214270)는 올해 말과 내년 1월 말로 예정됐던 납입일이 6개월씩 연기됐다. 에스제이케이(080440)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는 대상이 뷰티플코리아그룹에서 위플러스컴퍼니로 바뀌면서 발행금액도 30억원에서 12억원으로 줄었다.

계약 해지나 변경으로 인해 회사 실적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될 기업들도 많았다. 퓨전데이타(195440)는 지난 8월 체결한 필리핀 사물인터넷(IoT) 원격수도 검침시스템 공급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했다. 해지금액은 336억원 규모로, 지난해 매출액의 136.08%에 해당한다. 희림(037440)도 65억원 규모의 평택 후사리 공장단지 개발사업 설계용역 계약이 발주처의 계약불이행으로 인해 해지됐다. 노동자들이 400일 넘게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파인텍(131760)의 경우 삼성디스플레이 천진, 중국 BOE와의 제조장비 공급계약 일정이 1~6개월 지연되고 있다. 씨엔플러스(115530)는 수익성 악화 및 영업환경 변화로 인해 중고폰(에코폰) 유통사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해당 사업의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매출액은 22억원 규모로, 전체 매출액의 10.52%를 차지했다.

자금조달이나 신규 투자 등으로 기대감을 높였던 기업들이 악재를 납회일 후 새해 개장일까지 긴 연휴기간에 털어버리는 경우가 발생한다. 특히 증시가 폐장하고 나서 투자자들이 잠시 느슨해질 시기를 노리고 기재정정 공시 등이 쏟아지기에 주의가 요구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연말 희석 효과를 노리고 막바지 공시일에 슬쩍 흘리려는 경우가 많은 만큼 공시 내용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