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마켓인]'다이애나백' 힐리앤서스, 리노스 인수 유력

by고준혁 기자
2018.03.27 16:54:13

'키플링'으로 유명한 리노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명품백' 진출 등 패션잡화 시장지배력 강화할 전망

리노스가 국내 판권을 보유한 가방 브랜드 키플링 매장. (사진=리노스)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키플링과 이스트팩 등 유명 가방 브랜드의 국내 판권을 보유한 리노스(039980)가 토종 명품 가방으로 유명세를 탄 힐리앤서스를 인수가 유력한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과 매각주간사 회계법인 길인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중인 힐리앤서스 매각 본입찰에 참여한 업체 2곳 가운데 리노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앞서 지난 12일 진행한 예비입찰엔 3곳이 참여한 바 있다. 최종 인수는 향후 관계인집회 등을 거쳐 다음 달쯤 마무리될 예정이다. 매각대상은 남혜령(Kelly Nam) 힐리앤서스 대표가 보유한 힐리앤서스 지분이다.

이번 거래는 일반적인 기업회생절차에 비해 회생계획안 가결요건이 완화된 간이회생절차로 진행되기 때문에 성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간이회생절차는 회생절차 개시결정일 기준으로 회생담보권과 회생채권의 총액이 30억원 이하인 개인이나 법인이 이용할 수 있는 제도다.

리노스가 인수전에 참여한 이유는 패션 사업부 확장을 통해 국내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1991년에 설립한 리노스는 IT와 패션 부문을 근간으로 하는 코스닥 상장 기업이다. 패션 부문의 경우 ‘잡화군 빅3 진입’을 중장기적 비전으로 삼고 있다. 키플링, 이스트팩 등 해외 유명 가방 브랜드의 독점 판권을 보유해 백화점, 아울렛, 면세점 등에 매장을 운영 중으로 패션잡화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리노스는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 감소 및 잡화시장 경쟁심화라는 악재에도 패션 부문의 활약으로 매출액 1015억원 영업이익 40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패션잡화에서 경쟁력이 있는 리노스가 ‘다이애나백’, ‘캐리백’으로 유명세를 타며 뉴욕 컬렉션이 진출한 할리앤서스를 인수하면 ‘명품백’ 분야까지 영역을 넓힐 수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5년 롯데백화점 글로벌패션(GF) 사업부가 힐리앤서스 인수를 추진한 것만 봐도 업체 자체의 경쟁력은 충분하다”며 “관련 업계에 인수된다면 기존 브랜드의 가치를 바탕으로 재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수는 리노스의 최대주주와 대표이사가 변경된 이후 처음이기도 하다. 지난해 7월 KTB 프라이빗에쿼티(PE)는 리노스 보유 지분 전량인 30.46%를 반도체·센서 전문기업 오디텍(080520)과 벤처캐피탈(VC) 티에스인베스트먼트(246690)에 넘겼다. 당시 매각가는 436억원으로 KTB PE가 약 60억원의 차익을 얻었다. 올해부터 김웅 TS인베스트먼트 대표와 박병근 오디텍 대표가 리노스의 각자대표를 맡아 패션부문과 IT부문을 각각 담당하고 있다. 이번 힐리앤스서 인수는 유통 분야 투자경험이 많은 패션부문의 김 대표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힐리앤서스는 지난 2011년 9월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매장을 낸 뒤 지난 2012년 7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12월 롯데면세점 소공동 본점에 입점한데 이어 이듬해 9월 12일 인천국제공항 롯데면세점에도 점포를 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명품 가방들과 같은 공정 라인을 거치면서도 가격이 100만원 대로 저렴해 젊은 고객층에게 인기를 끌었다. 힐리앤서스는 김혜수와 황정음 등 여배우와 소녀시대 서현 등 유명 연예인들이 애용하는 패션아이템으로도 알려져있다. 지난 2014년에는 유명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의 멤버 최시원이 디자이너로 참여, 힐리앤서스와 협업해 가방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홍콩 하버시티에 진출 등 사업확장을 하면서 손실을 보기 시작했다. 지난해 사드 영향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경색되면서 면세점 사업도 부진을 면치 못했고 지난해 12월 롯데면세점 소공동 본점 점포가 철수되기도 했다. 지난 2016년에도 실적 부진을 이유로 롯데백화점 본점에서도 점포를 철수했다. 결국 힐리앤서스는 지난해 11월 서울회생법원에서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