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는 삶'의 기쁨…생면부지 타인에 신장 내어준 윤은숙 씨
by이슬기 기자
2017.12.11 15:42:57
22년 간 혈액투석 환자에 신장기증
윤씨 "누군가 평범한 삶 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행복"
| 지난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1층 로비에서 윤은숙(왼쪽)씨가 딸 임하나 씨와 함께 트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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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이식을 받으시는 분의 얼굴 한 번 본 적 없지만 저로 인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행복할 것 같아요.”
울산에 사는 윤은숙(48·여)씨는 “내가 할 수 있는 일로 사회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었다”며 자신의 신장을 이웃에게 기증하는 소감을 말했다.
11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이사장 박진탁·장기기증본부)에 따르면 윤씨는 이날 오전 7시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만성신부전으로 22년 간 혈액투석을 해 온 임모(62)씨에게 신장을 기증하기 위해 수술대에 올랐다. 윤씨의 신장을 이식받은 임씨는 긴 투병생활 동안 우울증에 시달리는 등 힘든 시간을 보내왔다.
평소 다문화가정 등 주변의 이웃들을 위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쳐왔던 윤씨. 윤씨는 “TV를 통해 혈액투석으로 힘든 투병생활을 하는 만성신부전 환우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며 “내가 가진 것으로 사회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중 신장기증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윤씨는 지난 10일 오후 딸과 커플룩을 입고 수술차 서울을 찾았다. 윤씨는 “신장을 기증하는 기쁜 날이니 딸과 옷이랑 운동화를 맞춰 신고 왔다”며 “첫 눈 오는 날 기증하게 돼 설렌다”고 웃으며 말했다.
딸 임하나(26)씨는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장기 기증을 해야 한다고 늘 말해왔기 때문에 엄마의 선택을 흔쾌히 동의하고 지지하게 됐다”며 “엄마처럼 타인과 나누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장기기증본부 관계자는 “신장 기증을 위해 수술실에 들어갈 때도 윤씨는 환하게 웃었다”며 “주변 환자들이 ‘어떻게 저런 분이 있냐’며 놀라워 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윤씨의 신장을 이식받을 임씨는 “긴 투병생활 중 우울증에도 시달리고 ‘이러다 죽겠구나’ 생각하던 차에 신장 이식을 받게 됐다”며 “생명을 선물해 준 분께 감사하며 이식 후 건강을 회복해 더 열심히 살고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18년 동안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는 윤씨는 앞으로도 나눔 활동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윤씨는 “수술 후에는 사회복지사와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