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호 신드롬`에 갇힌 외환銀 M&A

by좌동욱 기자
2011.05.12 18:43:06

금융당국, 하나은행 외환은행 인수 승인 여부 유보
`확정판결 여부·양벌규정 위헌여부` 법률자문 엇갈려

[이데일리 좌동욱 기자] 금융당국이 12일 하나금융지주(086790)의 외환은행(004940) 인수·합병(M&A) 심사를 전격 유보한 첫째 이유는 지난 3월 외환카드 주가조작사건에 대한 유죄 취지의 대법원 판결 때문이다. 대법원 판결 이후 론스타의 유·무죄 여부에 대한 법률자문 의견이 엇갈리자 또 다시 인수 승인을 미루는 결정을 내렸다.

특히 최근 저축은행의 부실 규정을 위한 청문회나 금융당국의 감독 부실 책임론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자 소위 `변양호 신드롬`에 대한 부담이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결정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변양호 신드롬`은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주관적 잣대로 정책 판단을 내렸다가 헐값매각 논란으로 구속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의 사례를 빗댄 것으로 중대한 정책사안에 대해 결정을 꺼리는 공무원들의 보신주의를 말한다. 

신제윤 금융위 부위원장은 외환은행 인수 승인를 미룬 배경에 대해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외부 법률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외환은행 주가조작사건에 대한) 사법적 절차 진행되고 있어 현 시점에서는 최종 판단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미루게 만든 법률 쟁점은 크게 두가지"라고 설명했다.

우선 지난 3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어떻게 해석하느냐 여부다. 은행법 시행령(5조)은 적격성 심사시 대주주 요건중 하나로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령과 금융관련법령을 위반해 처벌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법률 조항엔 `처벌`이라는 법률 단어가 법원 1심 판결인지, 대법원 판결인지, 확정 판결인지에 대한 규정이 아예 없다. 또 유사한 사례가 국내 금융권에서 법률적으로 쟁점이 된 경우가 없어 판례도 전무하다. 처벌이라는 단어에 대한 법률자문 의견이 분분하니 확정판결 전까지 결론을 유보하겠다는 결정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는 논리다.

두번째 쟁점은 임직원의 범죄에 대해 회사를 함께 처벌하도록 규정하는 양벌규정이다.



외환은행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 법원 1심은 유회원씨에 대해 증권거래법상 주가조작 혐의로 유죄 판결을 내리면서 동법 양벌규정에 따라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펀드Ⅳ`에 대해서도 유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유씨를 무죄라고 판단해 론스타펀드Ⅳ를 무죄라고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유죄 취지로 2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양벌규정 위헌여부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것은 외환카드 주가조작사건 1심 판결이 내려진 이후"라며 "이 사건과 관련한 양벌규정의 위헌 여부는 상고나 재상고 과정에서 다시 논란이 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소는 각종 법률에서 규정하는 양벌규정의 위헌여부에 대해 대체로 회사의 관리책임이 없는 직원과 관련해서는 위헌 결정을, 회사 대표자에 대해서는 합헌 결정을 내리는 추세다. 유회원씨의 범죄사실이 인정되더라도 유 씨가 대주주 적격성 심사대상인 `론스타펀드Ⅳ`를 대표하는 자로 볼 수 있는 지에 대해서는 별개의 법적 판단를 내려야 한다. 실제 법원 1심은 유 씨에 대해 "론스타펀드의 대리인 또는 사용인에 해당하는 지위"로 "마이클 톰슨을 론스타펀드의 대표"로 규정하고 있다.

금융권 역시 이런 법률적 쟁점으로 금융당국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유보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예견했다. 하지만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결론을 낼 수 없다는 이유로 외환은행 인수 승인까지 보류한 것은 예상외 결정이라는 반응이다.

금융당국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은행법)와 외환은행 인수 승인(금융지주회사법)은 법률적으로 별개 사안"이라며 론스타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별개로 외환은행 인수 승인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놨었다.

그러나 공무원 사회가 결국 `변양호 신드롬`을 극복하지 못했다. 특히 이미 외환은행 인수건이 국회차원에서 정치쟁점화되고 있는데다 국회의 저축은행 청문회나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감독책임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는 상황을 금융당국이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게 지배적인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