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준기 기자
2015.10.12 16:13:39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교육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 확정 발표로 여야 간 찬반 대립이 한층 고조된 가운데 청와대는 12일 침묵을 지키며 여론의 향방을 예의주시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대통령께서 역사교과서에 대한 우려와 올바르고 균형 잡힌 역사교과서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했던 것 이상의 말씀이 더 있을지는 계획에 없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도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새누리당의 요청과 교육부의 고시로 이뤄진 것”이라며 “청와대나 대통령이 언급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참모도 “박 대통령은 현재 13~16일 예정된 미국 방문과 관련한 업무에만 열중하고 있다”며 “내일(13일) 오전 예정된 국무회의도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신 주재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 대통령이 이미 현 역사교과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고, 지금으로선 그 이상 그 이하의 입장변화도 없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월13일 청와대에서 교육문화분야 업무보고를 받고는 “자라나는 아이들에 역사교육 통해 올바른 국가관과 균형 잡힌 역사의식을 길러주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정부의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에 많은 사실 오류와 이념적 편향성 논란 있는데, 이런 게 있어선 안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처럼 청와대가 ‘침묵’으로 일관하는 이유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이념전쟁’으로 불붙은 만큼 직접 대응보다는 여론의 향방을 먼저 살핀 후 대응 전략을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야당이 ‘역사쿠데타’ ‘친일·유신 미화’라는 이념 프레임으로 공세에 나선 상황에서 자칫 정면 대응을 택할 경우 노동·금융 개혁 등 임기 후반기 역점과제 추진에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기류가 저변에 깔렸다.
실제로 한 참모는 “국회는 4대 구조개혁 및 경제살리기에 매진하기 위해 정치적 논쟁은 최소화해야 한다”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과 민생 법안 등 산적한 현안 논의에 집중하길 바란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미 국정화 논란이 점화됐고, 여론의 방향타가 국정화에 유리한 구도로 흘러갈 경우 박 대통령이 미국 방문 이후 관련 내용을 직접 언급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등 공식 석상에서 국정화 방침의 당위성과 정당성을 직접 설명하는 정면 돌파를 통해 논란을 완전히 잠재우겠다는 심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