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주택, 개발 콘셉트 바꾸고 몸집도 줄이고..사업 탄력받나?

by김동욱 기자
2013.12.23 17:43:36

목동 등 5곳 7900가구→3450가구로 축소
지자체가 제안하는 사업지 적극 활용
교통 혼잡 및 주변 집값 문제 해소될 듯

▲ 국토교통부가 행복주택 물량을 대폭 줄이고 개발 콘셉트도 변경했다. 기존 방식으로는 주민 반발에 부닥쳐 사업 추진 자체가 어렵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4일 행복주택 목동지구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비상대책위원회를 방문해 행복주택 사업 추진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지역 주민들의 협조를 부탁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DB)


[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박근혜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행복주택 사업의 개발 콘셉트가 크게 바뀌었다. 행복주택 건립지역을 당초 도심 내 철도부지나 유수지 등에서 도시 주거지 재생사업 부지 등 다른 곳으로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공급 가구 수도 대폭 줄였다. 해당 지역과 주민 반대로 사업 추진이 난관에 봉착하면서 지금이라도 사업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는 안팎의 요구를 대폭 수용한 결과다. 공약 후퇴라는 비판도 없지 않지만 사업 연착륙을 위한 기반을 정부가 마련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다만 여전히 행복주택 사업에 대한 반발이 완전히 가신 것이 아닌 만큼 정부가 공감대 마련을 위해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행복주택 사업은 현 정부의 대표적인 주거복지 정책 중 하나다. 정책 타깃은 신혼부부·대학생 등 젊은층이다. 젊은 계층에게 자산 형성의 기회를 부여하고 중산층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다. 건강한 경제활동 인구계층이 두터워져야 국가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를 위한 정부의 해법은 임대료가 저렴한 임대주택 공급이다. 정부와 사업 시행자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짓기로 한 행복주택은 모두 임대주택으로 공급된다. 국토부는 행복주택의 젊은 계층 입주 비율을 80%로 잡았다. 나머지 20%는 주거 취약계층이 입주한다. 저소득층에게만 우선 공급됐던 기존 임대주택이나 부양가족이 있는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공급된 보금자리주택과는 크게 다르다.

행복주택이 들어서는 곳은 교통 여건이 뛰어난 도심권이다. 주택 수요가 밀집한 도심 내 임대주택을 지어야 정책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도시화가 시작된 지난 1980년대 후반부터 임대주택을 집중적으로 지었지만 임대주택은 대부분 도시 외곽에 들어섰다. 그렇다 보니 공급과 수요 간에 미스매치 문제가 크게 부각되기도 했다.

행복주택은 이 같은 기존 임대주택의 단점을 크게 보완했다. 아울러 국토교통부와 LH는 행복주택 사업으로 개발이 부진한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H 관계자는 “구도심은 그동안 문화·레저 등 생활편익시설을 확보하는 어려움을 겪었는데 행복주택을 계기로 구도심의 공간을 재편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놓은 행복주택 사업 수정안의 핵심은 ‘몸집 줄이기’이다. 목표치 달성에만 집착하는 등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당초 2017년까지 행복주택 20만가구를 사업 인허가해줄 계획이었지만 이 물량을 30% 줄인 14만가구로 조정하기로 했다. 줄어든 6만가구는 국민임대주택으로 지을 예정이다. 애초 행복주택이 주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물량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따른 것이다.

행복주택 개발 콘셉트도 수정됐다. 당초 정부는 도심 내 제대로 활용되지 않던 철도부지와 홍수 때 임시로 빗물을 저장하는 유수지 등 국·공유지를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도심 접근성이 뛰어난 공공부지를 발굴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정부는 교통 여건이 좋고 임대료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도심 내 용지는 무엇이든 활용하기로 했다. 또 지자체가 사업지로 제안하는 지역 중 직주 근접이 가능한 곳은 사업지로 적극 검토할 예정이다. 이렇게 하면 정책 취지는 살리면서 임대주택 건설에 따른 주민 반대가 없어 사업 추진을 원활하게 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와 LH는 내다보고 있다.

행복주택 시범가구 물량도 축소된다. 국토부는 지난 11일 서울 목동·안산·송파·잠실·안산(고잔) 등 5곳의 공급물량을 종전 7900가구에서 3450가구로 56% 줄이기로 했다. 목동은 기존 2800가구에서 1300가구로 당초 계획보다 54%가량 줄어든다. 잠실은 1800가구에서 750가구로 58%, 송파는 1600가구에서 600가구로 62%를 줄인다. 노원구 공릉은 공급예정 물량이 200가구에서 100가구로 줄어든다. 국토부는 공급 물량을 줄이면 그동안 행복주택 건설에 따른 문제점으로 지적된 교통 혼잡과 주변 임대시장 영향 등의 문제가 일정 부분 해소되면서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행복주택에 대한 큰 우려 중 하나가 바로 행복주택이 주변 지역에 집값 하락 등의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는 점이다. 서승환 국토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은 한 지구에 평균 9600가구가 집중 공급돼 주변 시장에 영향을 미쳤지만, 행복주택은 시범단지의 규모가 평균 700가구에 불과해 주변에 영향을 미칠 수준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대체로 비슷한 의견을 내놓는다. 공급 규모가 크지 않고 임대료 역시 주변 시세의 70~80% 수준에 책정될 예정이어서 기존 임대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기존 임대주택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행복주택을 서민주택뿐 아니라 업무·상업시설, 비즈니스호텔 등이 들어서는 복합개발 방식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행복주택 입주자 대부분 소득 대비 소비 수준이 높은 젊은층인 데다 기반시설 확충으로 오히려 주변 지역에 더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공급 규모가 대부분 1000가구 미만이라 주변 임대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