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러미 리프킨 "인간이란 종 자체가 공멸 위기"
by김용운 기자
2012.05.09 19:07:00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
제러미 리프킨 교수는 인터뷰 막바지 가벼운 질문을 받았다. 만약 신에게서 인류의 당면 문제 중 한 가지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다면 어떤 문제를 해결하겠냐는 물음이었다.
시종일관 여유 있는 모습으로 기자의 질문에 답하던 리프킨 교수는 그 물음을 듣자 의자의 등받이에서 상체를 앞으로 숙이며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기후변화 때문에 인간이란 종 자체가 공멸의 위기에 처했다”
`엔트로피`와 `노동의 종말` `유러피언 드림` `육식의 종말` 등의 저서로 세계적인 미래학자 반열에 오른 제러미 리프킨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 교수가 신간 `3차 산업혁명`(민음사)의 국내 발간과 10일과 11일 열리는 `글로벌 녹색성장 서밋 2012`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난 리프킨 교수는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3차 산업혁명`이 일어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리프킨 주장의 요지는 화석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지금까지의 경제성장 모델에서 벗어나 인터넷 중심의 네트워크가 새로운 에너지 체계와 결합해 전혀 다른 경제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리프킨 교수는 이를 위해 "산업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고, 모든 건물에 태양열 등을 이용한 재생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미니발전소로 바꿔야 한다. 또 이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어야 하며, 인터넷처럼 재생에너지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합해보면 리프킨 교수의 `3차 산업혁명`은 서구의 녹색당 등에서 주장하는 이른바 녹색혁명과 맥이 닿아 있다. 리프킨은 단순히 태양열 발전을 늘인다든가, 전기 자동차를 개발하는 것 등 개별적인 프로젝트로 접근하지 말고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 통합적인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점에서 더 구체적인 그림을 그렸다.
리프킨 교수가 보기에 독일이 3차 산업혁명의 선진국이고 미국 오바마 정부는 정책은 내놨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3차 산업혁명의 선두국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건설, 조선, IT, 전자, 자동차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한 산업기반이 탄탄하고 균형이 잡혀 있어 매우 유리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리프킨 교수가 이처럼 `3차 산업혁명`을 역설한 배경에는 결국 이산화탄소 과다배출에 따른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의식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리프킨 교수는 “100년 안에 우리 안의 모든 동식물의 70%가 사라질 수도 있다”며 “때문에 3차 산업혁명도 빨리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리프킨 교수는 3차 산업혁명에 대한 희망을 어디서 보고 있는 것일까. 리프킨 교수는 “열 살짜리 꼬마들이 `아빠 면도 하는데 왜 물을 틀어놔. 낭비야` `햄버거의 고기 때문에 이산화탄소가 늘어나` 식으로 부모들을 지적한다”며 “이전과 달리 아이들이 생명을 중심으로 한 정치적인 사고를 하게 된 것은 변화의 시작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