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국씨 시신찾기 6일째 허탕

by조선일보 기자
2004.03.16 20:32:48

경찰 “인천까지 떠내려 갈수도”

[조선일보 제공] "시신은 안 나오지, 유언비어라는 유언비어는 다 떠돌지, 우리도 미치겠습니다.” 14일 오후 한남대교 남단 한강 둔치에 나가 있는 서울 용산경찰서 형사들은 한강물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워댔다. 지난 11일 한강에 투신한 남상국(南相國·59) 전 대우건설 사장의 시신을 엿새째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경찰과 소방당국, 대우건설측은 이날까지 수색조원 20∼90여명, 구조정과 보트, 음파탐지기 등 수색장비 10여대를 동원해 남씨의 투신 추정지점인 한남대교 남단 주위 반경 200~700m에 대해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렇게 되자 경찰들 사이에서는 “작년 9월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지난해 8월 24일 서울 홍제천 산책로를 걷다가 배수구에서 쏟아진 물에 휩쓸려 실종됐던 은행원 김모씨의 시신이 실종 열흘 만인 9월 3일 인천시 강화군 장곶돈대 앞 바다에서 발견되자 “경찰이 초기 수색을 제대로 못해 시신이 서해 바다까지 떠밀려가게 됐다”는 유족과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이때도 민간 잠수부까지 동원해 홍제천 밑바닥을 샅샅이 손으로 뒤져가며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실패했다. 그러나 경찰과 소방관 등 수색현장의 작업자들은 “이번 경우에는 유속이 그다지 빠르지 않아 시신이 한강 하구나 바다까지 떠내려 갔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장담했다. 한강관리사업소측도 “현재 한남대교 남단의 한강 유속은 0.07m/sec로 매우 느린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왜 시신 발견이 더뎌지고 있는 것일까. 경찰은 한강 수중에 부유물질이 많아 시계(視界)가 15㎝ 안팎에 불과한 데다 바닥에 자갈이나 바위 등이 두껍게 깔려 있고, 교각 때문에 수면 밑에서 소용돌이가 생기는 상황에서 구조대원들이 일일이 손으로 더듬어가며 수색작업을 벌이느라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하고 있다. 결국 수색에 실패한다면 물에 빠진 시신이 떠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육안 순찰’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시체가 물 위로 떠오르려면 일단 시신이 부패되면서 몸안에 부패 가스가 차야 하고 결국 짧게는 4~5일, 길게는 무려 3~4주까지도 걸릴 수 있다”며 “요즘처럼 한강 수온이 낮아 부패가 더디게 진행된다면 시신이 떠오르는 것도 그만큼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남씨의 시신이 멀리 이동했을 경우에 대해서도 대비하고 있다. 경찰은 “남씨가 갑자기 차가운 강물에 뛰어들었다면 기도가 막히면서 몸안에 공기가 남아 부력으로 투신지점에서 어느 정도 이동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시신이 이동했다면 가깝게는 반포 또는 한강대교 주변, 최악의 경우 인천 강화군 앞 바다까지 떠내려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