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석달만에 증가 전환…강남집값 과열에 주담대 3.5조↑

by정두리 기자
2025.03.12 12:00:00

한국은행, 2월 중 금융시장 동향 발표
가계대출 3.3조 증가…주담대가 3.5조 늘며 견인
전세대출도 1.2조 늘며 2022년 2월 이후 최대치
은행권 대출 재개 비롯 이사철·토허제 영향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늘어날 듯…한은 "예의주시"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이 3개월만에 상승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은행권 대출 취급 재개와 이사철 자금 수요 등으로 3조 5000억원이 늘어나며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했다. 뿐만 아니라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해제 이후 강남권 아파트값이 치솟으며 서울 전역으로 매수세가 확산된 영향도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2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전월대비 3조 3000억원 증가했다. 3개월만에 증가 전환이다. 주담대가 은행권 대출 취급 재개, 이사철 자금수요 등으로 3조 5000억원 늘어나며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했다.

지난달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전월보다 1조 2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2022년 2월(1조 4000억원)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신용대출 등의 기타대출은 1월 상여금 지급 등 계절 요인이 소멸되면서 2000억원 줄어들며 감소폭이 축소됐다.

올 초까지 둔화 추세를 보여왔던 주택 매매 거래 추이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7월 4만 9000호로 정점을 찍고, △8월 4만 3000호 △9월 3만호 △10월 3만 8000호 △11월 3만 1000호 △12월 2만 7000호 △2025년 1월 2만 6000호로 감소흐름을 이어갔다. 그러나 지난달 토허제 해제 발표 여파로 강남권 아파트값이 치솟으며 서울 전역으로 매수세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아직 집계 중임에도 불구하고 전월 수준을 넘어설 것이란 예상이다.

박민철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토허제 해제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일부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오름폭이 확대되고 거래량도 증가하는 모습인데, 이는 가계대출 증가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면서 “현재 그 영향이 얼마나 지속될지, 여타 지역으로 확대될지 등은 굉장히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은행권의 대출 취급 재개 및 대출 금리 인하 영향도 가계대출 상승에 불을 더 지필 수도 있다. 박 차장은 “기준금리 인하는 기본적으로 시장 금리 하락을 통해 가계 차입 비용을 낮추는 요소인 만큼, 가계 대출을 확대시킬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한은도 정부와 함께 주택시장 상황과 금융기관의 대출 취급 행태 등 가계부채 불안 요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한국은행
지난달 은행권 전체 기업대출은 3조 5000억원 늘었으나 전월(7조 8000억원)보다는 증가폭이 축소됐다.

대기업대출은 1월 6조 1000억원에서 2월 4000억원으로 증가폭이 축소됐다. 전월 일시 차입했던 운전자금이 상환되면서 증가규모가 상당폭 축소됐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대출은 1조 8000억원에서 3조 1000억원으로 증가폭이 확대됐는데, 일부 은행의 정책성 대출 취급이 확대된 영향이다. 박 차장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전반적으로 기업들의 자금 조달 규모가 둔화 흐름”이라고 부연했다.

지난달 회사채는 차환을 위한 선조달 및 일부 기업의 해외투자 수요 등으로 순발행 규모가 3조원을 기록, 전월(1조 8000억원) 대비 확대됐다. 기업어음(CP)·단기사채는 일시 조달했던 운전자금이 상환되면서 1조 6000억원 순상환 전환됐다.지난달 은행권 수신은 1월 -33조 3000억원에서 2월 24조 8000억원으로 큰 폭 증가 전환했다. 수시입출식예금은 10조원이 유입되며 전달(-32조 3000억원) 대비 증가 전환했다. 정기예금도 1월 2조 4000억원 감소에서 2월 16조원으로 상당폭 증가했다. 박 차장은 “수시입출식 예금은 기업의 결제성 자금 및 지자체 재정집행 대기자금이 유입됐으며, 정기예금은 일부 은행의 규제비율 관리를 위한 예금 유치와 지자체의 일시 운용자금 유입 등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지난달 자산운용사 수신은 머니마켓펀드(MMF), 채권형펀드를 중심으로 중심으로 39조 3000억원을 기록하며 전월(38조 1000억원)에 이어 큰 폭 증가했다. MMF는 법인자금을 중심으로 21조 7000억원이 유입됐다. 채권형펀드와 기타펀드는 각각 9조 2000억원, 6조 6000억원으로 전달 대비 자금 유입이 확대됐으나, 주식형펀드는 1월 5조 4000억원에서 2월 1조 8000억원으로 유입 규모가 축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