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톱5 수준...韓 바이오 프린팅 기술, 선두 주자는?
by김승권 기자
2023.09.18 16:13:48
티앤알바이오팹·로킷헬스케어 등 선두
3D 바이오 프린팅 글로벌 시장 규모 2021년 2조원 넘어
[이데일리 김승권 기자] 3D 프린터로 살아있는 세포와 조직을 만드는 국내 바이오프린팅 기술이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치킨너깃 제조부터 암 조직 생성, 유사 장기(오가노이드)까지 다양하다.
3D 바이오프린팅은 살아 있는 세포를 이용하며 CAD/CAM(컴퓨터 가공 디자인 및 제조) 기반의 적층 공정을 수행, 조직이나 장기를 제작하는 기술이다.
3D 바이오프린팅은 제품 생산에 있어 재현성이 높고 개인 맞춤형 제품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유망한 재생의료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미래 신산업 패러다임인 다품종소량생산을 가능케 하는 핵심기술로서 초 고부가가치 산업 창출 등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 3D 바이오프린팅 글로벌 시장 규모 전망치 (자료=식품의약품안전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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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3D바이오프린팅 분야는 바이오 선진국인 미국·유럽과 기술 격차가 아직 크게 나지 않는 분야 중 하나다. 포스텍 등 학계는 한국의 3D 재생 의료 바이오프린팅 기술이 세계 톱5 안에 든다고 자부하고 있다. 향후 선두권으로 갈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인공장기(오가노이드) 연구에서의 기술 격차는 미국보다 조금 떨어지고 유럽보다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 등을 배양해 만든 유사 장기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 데이터를 보면 올 상반기 기준 미국은 339건, 한국은 229건, 유럽은 197건의 오가노이드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오가노이드는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데 이어 장기적으로는 장기이식술에서도 사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응용 분야가 넓은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서 관련 분야에서 앞서나가고 있는 기업은 티앤알바이오팹, 로킷헬스케어, 바이오브릭스 등이 꼽힌다.
코스닥 상장사 티앤알바이오팹은 프린터 기술을 이용해 뼈와 뼈 사이를 이어주는 인공 지지체(임플란트)를 개발하고 있다. 해당 분야에서는 기술적 우위를 선점한 상황이다. 실제 독일 의료기기 전문기업 비브라운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총책임자는 지난 7월 경기 판교에 있는 티앤알바이오팹 본사를 방문, 공동 개발 협의했다.
또한 티앤알바이오팹은 3D 바이오프린팅으로 생분해성 인공지지체를 구현해, 2013년부터 안와골절, 안면 결손 등 13개 치료 분야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올해 말 상장을 추진 중인 장기 재생 바이오 기업 로킷헬스케어도 3D 프린팅으로 당뇨발을 치료하는 바이오프린팅 기술의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환자의 자가지방 조직을 미세 조직으로 만들고 이를 3D 프린팅해 상처 부위와 크기와 모양이 같은 패치를 만들어 다친 곳을 보호하고 세포 증식을 통해 치료한다. 이 기술은 표준 치료에 반응하지 않은 만성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킷헬스케어 관계자는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개발해 의료진에게 편익을 제공하고 환자가 입원 없이 빠르게 치료해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 티앤알바이오팹 기술 소개 페이지 (사진=티앤알바이오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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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브릭스는 각막 및 인공 심장 분야에 특화된 기술 개발하고 있다. 바이오브릭스의 바이오프린팅 기술의 핵심은 조직 특이적 바이오잉크를 사용하는데 있다. 특히, 각막의 핵심 성분이 함유된 바이오잉크와 인체유래 줄기세포를 혼합해 프린팅을 통해 각막 고유의 콜라겐 결을 유도하게 되면 실제 인체 각막과 동일한 수준의 투명도를 갖게 되어 시력 개선에 도움을 준다.
타 기관에서는 투명한 재료에만 의존하여 시간이 갈수록 각막이 혼탁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지만, 바이오브릭스의 기술은 각막 특이적 성분 + 줄기세포의 정렬 유도를 통한 콜라겐 결 생성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인체 각막과 더 유사한 성능을 갖게 된다. 이 기술은 포스텍 기계과 소속 조동우, 장진아 교수 랩에서 개발한 기술을 이전해 사업화 중에 있다. 이외에도 창의IT융합공학과 학문후속세대양성사업 중소벤처기업부 사업, 마이크로 토출기반 생체조직 제조 기술 및 체외 생체모사모델(심장, 혈관) 등 다양한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학계에서도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포스텍에서는 최근 인공 암세포를 생성하는데 성공했다. 정성준 포스텍 창의IT융합공학과 교수, 신근유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은 지난 13일 서울대 구자현 교수와 함께 방광암 세포를 바이오 프린팅해 암의 이질성과 항암제 효과를 검증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바이오 분야 국제 학술지 ‘바이오패브리케이션’ 최근 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실제 환자들에게 얻은 암세포를 3D 잉크젯 프린터로 층층이 출력해 방광암 오가노이드를 만들었다. 이어 오가노이드의 세포 분열, 사멸과 관련된 단백질 발현량을 비교했다. 암세포는 서로 특성이 달라도 같은 조직에서 지낼 때가 많다. 암 치료가 어려운 이유다. 연구팀은 오가노이드별로 암 치료 효과의 차이점을 분석하고 유전자 발현율을 비교해 암의 이질성을 확인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실제 환자 암세포로 종양을 만들고 분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 바이오브릭스 기술 개발 현황 (사진=바이오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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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개발 시도는 많지만 아직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제작된 오가노이드가 시장에 출시된 사례는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 상용화 경쟁이 치열하다.
상용화에 성공하면 매출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실제 시장조사기관 마켓 에널러시스 리포트의 보고에 따르면 3D 바이오프린팅 관련 제품의 글로벌시장 규모는 세계의 3D 바이오프린팅 시장은 2021년에 17억 달러(2조원)로 평가됐으며 2029년까지 15.8%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장진아 포스텍 기계과 교수는 “국내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은 유럽 등에 뒤지지 않는 세계 최고 수준인 것을 자부한다”며 “향후 오가노이드 등에서 한국의 약진이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