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폐교 될 수 있나요"…불안에 떠는 명지대생·교직원들
by신중섭 기자
2019.05.24 16:10:36
학교법인 명지학원 파산신청에 명지대 폐교 논란
유병진 총장 "법인 파산, 학교 존립에 영향 없어"
교육부 "법인 파산 시 폐교 가능성 없지 않아"
'불안·실망' 속 구성원들 "학교, 상세한 해명 필요"
| 학교법인 명지학원이 파산신청을 당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인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 (사진=신중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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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법인 파산으로 정말로 폐교가 될 수 있는 건지 불안하다”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명지대. 등교 중이던 명지대 2학년 이모(20)씨는 “학교는 법인 파산과 폐교가 관련없다고 말하지만 폐교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있어 혼란스럽다”며 “파산이나 폐교할 경우 재학생들은 어떻게 되는 거냐”며 불안해 했다.
명지대와 명지 전문대, 명지 초·중·고 등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명지학원이 파산신청을 당했다는 소식에 명지대 재학생과 교직원들의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다. 학교 측은 ‘폐교는 없다’고 총장 담화문을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학교 구성원들의 불안과 실망은 여전한 상태다. 총학생회와 전국대학노동조합 명지대지부는 학교 측에 확실한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학교법인 명지학원이 4억3000만원의 빚을 갚지 않아 채권자로부터 파산신청을 당했다. 파산신청을 한 채권자 김모씨는 명지학원과의 ‘사기분양 의혹 사건’ 소송에서 승소한 채권자 33명 중 한 명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004년 명지학원은 명지대 용인 캠퍼스 내 실버타운 336가구를 분양하면서 ‘9홀짜리 골프장을 지어 평생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광고를 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아 분양피해자들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2013년 192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음에도 명지학원 측이 본인의 몫인 4억 3000만원을 갚지 않자 김씨는 지난해 12월 서울회생법원에 명지학원에 대한 파산 신청을 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이번 일이 폐교로 이어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구성원들의 동요를 가라앉히고 있지만 학생들과 교직원들의 불안과 실망은 이어지고 있다.
1학년 정모(19)씨는 “입학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파산이니 폐교니 하는 소리가 나와 당황스럽다”며 “학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학교를 운영하는 법인이 파산하는데 과연 영향이 아무 것도 없겠냐”며 걱정했다. 3학년 이모(23)씨는 “학교 존립도 걱정이지만 무엇보다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는 것 자체가 낯부끄럽다”고 말했다.
명지대 인문캠퍼스 총학생회도 입장문을 통해 “학교법인 명지학원은 2011년에도 2500억 사학비리와 회계비리를 일삼아 왔다”며 “이번 사건 공론화로 학교 명성을 실추시키고 학습권을 침해했다”고 학교를 규탄했다. 총학생회는 학교 측에 이번 사건 진행상황과 재단경영 자료를 요구할 예정이다. 오는 27일에는 긴급 전체학생대표자회의를 열고 전체 학생들과 이번 사안에 대해 논의한다.
폐교가 실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교직원들의 우려도 나온다. 김병국 대학노조 정책실장은 “이번 사태의 피해가 학생·학부모 뿐 아니라 교직원들에게도 돌아가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관할 기관인 교육부에서 적극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학노조 명지대지부는 학교 측에 이번 사태에 대한 질의를 할 예정이다.
명지대는 이번 사건이 학교법인 명지학원과 채권자 개인 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명지대 존립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유병진 명지대 총장은 23일 학교 홈페이지에 담화문을 올려 “사립학교법 제29조에 따라 법인의 회계와 학교의 회계는 엄격하게 분리돼 있다”며 “명지학원의 회계는 학교와 무관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학생들의 등록금과 교비는 법인에서 사용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사립학교법 제28조에 따라 명지대는 재산권을 보호받고 있으므로 학생 등록금을 포함한 학교 재산이 이번 명지학원의 부채 해결을 위해 유용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교육부는 명지학원의 파산 선고가 명지대에 미칠 영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임용빈 교육부 사립대학정책과장은 “법인 파산으로 인해 대학이 폐교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교육부 입장에서는 혹시나 발생할 수 있을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2월 명지학원 파산 관련 의견을 물은 법원의 공문에 대해 교육부는 파산 선고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교육부가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는 “명지학원이 파산할 경우 명지대, 명지전문대, 초·중·고교 등 5개 학교의 폐교가 예상됨에 따라 학생의 학습권 피해와 교직원 대량 실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법인이 파산할 경우 해산 절차를 밟아야 한다. 만약 해산 과정에서 법인 인수자가 나오지 않는 등 매각이 성사되지 않으면 법인은 물론 그 산하의 학교도 폐교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폐교될 경우 재학생들은 현재 소속학과와 같거나 비슷한 학과가 있는 학교로 특별 편입학을 하게 된다. 다만 교직원들의 고용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현재 학교법인은 채권자에 빚을 변제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지대 관계자는 “법인이 파산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법인이 파산한다 하더라도 폐교까지 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