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권소현 기자
2015.01.22 15:23:18
시장 기대치에 6% 미달…눈높이 낮췄는데도 하회
"올해 실적전망 너무 낙관적이다" 지적 잇따라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삼성전자의 어닝 서프라이즈 덕분에 어닝 시즌을 가뿐하게 출발했지만, 현대차가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찬물을 끼얹었다. 현대차(005380)가 이미 큰 폭으로 하향조정된 추정치 마저 충족시키지 못한데다, 최근 수년간 연초 장밋빛 실적 전망은 결국 빗나갔다는 회의론까지 더해지면서 전반적으로 올해 기업들의 연간 실적 전망치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현대차는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1조875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6%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전망치였던 1조9950억원을 밑돈 것이다. 당초 2조원대를 웃돌 것이란 전망에서 한참 눈높이가 낮아졌는데, 이 마저도 밑돌았다. ☞관련기사 바로 가기-현대차 실적 실망…예상치에 6% 못 미쳐(상보)
어닝 시즌 시작은 좋았다. 이달 초 삼성전자가 4분기 깜짝 실적을 내놓으면서 실적 전망에 대한 비관론이 다소 수그러들었다. FN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 추정치를 낸 199개 종목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126조4518억3200만원이다. 이는 1월 초 126조3791억4400만원에 비해 0.06% 늘어난 것이다.
작년 10월 초만 해도 130조원을 넘었던 영업이익 전망치가 12월 초 126조5800억원대로 낮아졌고 1월 초에는 더 떨어졌지만, 최근 들어 하향조정 추세가 멈춘 것이다.
하지만 이후 기업들의 실적이 속속 나오면서 올해 연간 실적전망치가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이날 현대차의 실적이 나오자 이 같은 분석에 더욱 힘이 실린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올해 연간 실적 추정치는 작년 3분기까지를 보고 낸 것이기 때문에 4분기 실적 시즌이 마무리되면 이를 반영해 다시 조정한다”며 “현재 예측 자체도 낙관적인데다 4분기가 일회성 비용 등으로 안 좋게 나올 확률이 높아 대략 현재 추정치에서 20~24% 가량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지난해 모간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코리아의 영업이익률은 5.6%로 최근 10년래 가장 낮은 수준이었는데 올해 영업이익률 컨센서스는 6.6% 수준”이라며 “올해 글로벌 경기회복과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긍정적”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조선과 화학에너지, 철강, 건설, 운송 등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너무 높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대비 MSCI코리아 전체 기업의 영업이익 증가분 약 20조원 중 절반 이상인 약 12조원이 이처럼 경기에 민감한 섹터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들 업종이 본격적으로 턴어라운드하기는 어렵다는 것.
경험상 한해가 지나고 나서 실적을 내보면 연초 예상에 크게 못 미쳤다는 점도 낙관론을 경계하는 이유로 꼽힌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한국증시 영업이익은 2012년 1% 감소한 것을 시작으로 2013년에도 1.1% 줄었고 2014년에는 최소 7.7%, 최대 11.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3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것이다. 연초 전망치를 보면 2012년 19.3% 증가, 2013년과 2014년에도 각각 28.2%, 25.9% 늘어날 것이란 컨센서스가 형성됐지만 실제 이익은 감소한 것이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부분의 기업이 내세우는 가이던스는 15% 정도의 성장인데 이를 달성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며 “올해에도 어닝 쇼크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