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불씨 살린 박근혜 정부…이제는 '주거 복지'

by양희동 기자
2014.10.06 15:58:22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박근혜 정부가 지난해 ‘4·1 부동산 대책’을 시작으로 이번 ‘9·1부동산 대책’까지 모두 6번의 관련 정책을 쏟아냈지만, 서울·수도권 아파트값은 여전히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책의 수혜가 강남권에 집중되면서 나머지 지역에는 온기가 전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전셋값은 서울 강북과 경기권을 중심으로 최고 20%가까이 급등하면서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은 한층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임기 3부 능선을 넘어선 박근혜 정부가 앞으로는 주택시장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전·월세값 안정 등 주거 복지에 좀더 무게 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6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2월 이후 지난달까지 서울지역 아파트값은 평균 0.54% 하락했다. 지난해 용산역세권개발이 무산된 용산구의 아파트 매매가가 4.62% 떨어져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다. 이어 성동구(-2.37%)와 강서구(-2.36%), 동대문구(-1.75%) 등의 순으로 집계돼 비강남권의 집값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하지만 강남구(1.24%)와 서초구(1.8%)·송파구(1.45%) 등 강남3구는 아파트 가격이 모두 올랐다. 수도권에서는 과천(4.49%)과 분당신도시(2.74%), 평촌신도시(2.14%) 등 각종 대책이 호재로 작용한 지역에선 집값이 모두 상승했다. 그러나 미분양 물량이 많은 파주(-5.44%)와 의정부(-2.91%), 고양(-1.19%), 김포(-1.7%) 등은 집값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같은 기간 전셋값 상승 폭은 서울에서는 강북권인 강북(15.87%)·은평구(15.6%) 등이 강남(9.39%)·서초구(10.01%) 등 강남지역보다 더 컸다. 수도권에서도 고양(15.66%)과 김포(12.48%), 파주(10.87%) 등 집값 하락지역의 전셋값이 10% 이상 크게 올랐다. 결국 6차례의 부동산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비강남권과 수도권 외곽지역에서는 집값은 떨어지고 전셋값은 크게 올라,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가 고통받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 서울 25개 자치구 중 3.3㎡당 아파트값이 평균 970만원으로 가장 싼 도봉구의 창동 주공1단지(1990년 입주·808가구) 전용면적 59㎡형은 평균 매매가가 지난 2월 2억4250만원에서 현재 2억3750만원으로 500만원 떨어졌다. 같은 기간 전셋값은 1억2650만원에서 1억5250만원으로 3000만원 가량 올랐다. 이에 비해 강남권 재건축 추진 단지인 서초구 반포동 주공1단지(1973년 입주·2100가구) 전용 106㎡형 아파트는 같은 기간 평균 매맷값이 16억1000만원에서 1억9250만원으로 1년여만에 3억원 넘게 올랐다. 전셋값은 4억2500만원에서 4억8500만원으로 6000만원 올라 집값에 비해 상승 폭이 작았다.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비강남권과 수도권 전·월세시장 안정 등 주거 복지에 부동산 정책의 우선 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풀어온 대못 규제들은 대부분 참여 정부 시절 만들어진 강남권 규제인만큼 나머지 지역에는 혜택이 돌아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과거에는 강남권을 부양해 전체 집값을 견인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지역별로 시장이 움직이는 ‘디커플링’(탈 동조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며 “주택시장 활황기에 묶어둔 규제들을 대부분 다 푼만큼 앞으로는 다양한 형태의 임대주택 공급과 전·월세 세제 혜택 확대 등 주거 복지 실현에 한층 공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2013년 2월)이후 지난달까지 서울 및 25개 자치구별 아파트값(왼쪽)과 전셋값(오른쪽) 변동률. 강북권은 집값은 오히려 떨어졌지만 전셋값은 강남보다 많이 올라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KB국민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