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는 카톡 ‘비정상 로그인’…확산하는 ‘쿠팡 포비아’
by김정유 기자
2025.12.02 09:54:29
3370만건 유출 ‘쿠팡 사태’ 이후 소비자 공포 확대
중국폰서 카톡 로그인 시도 등 소비자 사례들 공유
네이버 해킹 알림에, 예상치 못한 택배 주소 변경도
쿠팡 사태와 인과관계 확인안돼, 막연한 공포감에 확산
쿠팡 신뢰도 하락 영향, 투명하고 적극적인 소통 필요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 이후 소비자들 사이에서 ‘쿠팡 포비아(공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실제 쿠팡에서 정보가 유출된 이후 카카오톡·네이버 등 주요 서비스에서 비정상적 로그인 시도가 이어지면서다. 아직 인과관계가 판명된 건 없는 상황이지만, 막연한 쿠팡 포비아로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하루빨리 쿠팡 사태의 원인 조사와 회사의 투명한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 A씨가 1일 오후 9시께 받은 카카오톡 알림 문자. 중국 스마트폰에서 자신의 계정에 비정상적 로그인을 시도했다는 내용이다. (사진=독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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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40대 직장인 A씨는 1일 오후 9시17분께 카카오톡 알림을 받고 깜짝 놀랐다. 누군가가 자신의 카카오톡 아이디로 비정상적 로그인을 시도하고 있다는 알림이었다. 알림 내용을 보니 로그인을 시도하고 있는 기기명은 ‘그랜드 메모(Grand Memo) V9815’였다. 해당 기기는 중국 ZTE사의 5.7인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다. 자신도 모르는 중국폰을 통해 비정상적 로그인 시도를 경험한 A씨는 즉시 카카오톡 비밀번호 등을 변경했다.
A씨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건이 이 같은 해킹 시도의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A씨의 경우 카카오톡과 쿠팡의 아이디 및 비밀번호를 동일하게 사용한다. 평소에 없던 상황이 쿠팡 정보 유출 발표 직후 일어나면서 아예 쿠팡 회원을 탈퇴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 더욱이 ZTE사의 그랜드 메모 V9815 모델의 경우 2013년 3월에 출시된 오래된 스마트폰인만큼 범죄 행위에 사용하는 용도로 의심된다.
A씨는 “쿠팡 내부 중국인 직원이 정보를 유출했다는 뉴스를 봤는데, 바로 중국폰을 통한 로그인 시도를 경험하니 소름이 끼쳤다”며 “쿠팡과 똑같은 아이디·비번을 다 교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소비자들 사이에선 잇달아 해킹 의심 사례가 공유되고 있다. 1일 오후 네이버에서 해킹 조짐이 있다는 알람을 받아 즉시 계정 정보를 바꾼 소비자가 있는가 하면, 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주문한 상품이 집이 아닌 제주도로 변경되는 사례 등이 발생하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을 소비자들은 “쿠팡의 정보 유출 사고에서 비롯된 2차 피해”로 정의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쿠팡 사태와 이 같은 소비자 2차 피해간 연관 관계는 아직 확인된 것이 없다. 보안업계에선 이미 쿠팡 사태 이전부터 많은 국내 소비자 정보들이 중국 등으로 판매된 사례가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보안업계 한 관계자는 “단순히 쿠팡 사태 직후 중국 스마트폰에서 접속을 시도했다고, 쿠팡과 연결 짓는 건 과대 해석”이라며 “일단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와 정확한 유출 과정을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의 쿠팡 포비아는 점차 더 확산하는 모습이다. 전 국민이 사용하는 것이나 다름 없는 쿠팡이라는 상징성에, 3370만건으로 유례없이 큰 유출 규모가 소비자들의 막연한 공포심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최초 인지 후 5개월이나 지난 시점에 정보 유출 사고 발생을 발표한 쿠팡에 대한 신뢰도 하락도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가장 실생활에 밀접한 ‘로켓배송’의 쿠팡인 만큼 소비자들의 배신감이 더 커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벌써부터 쿠팡이 아닌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갈아타자는 소비자들이 나오는 상황인만큼, 소비자들의 쿠팡포비아를 막연한 공포심으로 치부해선 안될 것”이라며 “정부에서 사고 조사를 진행하는 것과 별개로 쿠팡도 적극적으로 소비자들과 소통하는 노력을 보여야 하고, 향후 보상안도 합리적으로 책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