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7명 "우리나라 상속세 완화해야"
by김소연 기자
2024.11.19 11:00:00
한경협, 상속세 개편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응답자 76.4% "韓 상속세율 높은 수준"
상속세 완화 개편안 73.4%가 긍정적 답변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상속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국민 10명 중 7명이 현재 우리나라 상속세율이 높은 수준에 속한다고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민 대다수가 상속세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9일 한국경제인협회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상속세 개편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 결과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76.4%는 현재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이 높은 수준이라고 답변했으며,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응답도 34.0%에 달했다.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의 적정 수준을 묻는 질문에서는 응답자의 86.4%가 현행 최고세율인 50%보다 낮은 수준을 선택했다. 20~30% 수준(26.5%)이 가장 많은 응답을 차지했다. 상속세 최고세율 적정 수준의 전체 응답자 평균은 27.3%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73.4%는 상속세를 완화하는 방향의 세제 개편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매우 긍정적이라는 응답도 34.7%에 달했으며, 매우 부정적이라는 응답은 5.4%에 불과했다.
상속세 개편에 대한 인식을 소득 분위별로 살펴보면, 상속세 완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변한 응답자의 비중은 △1분위 64.0% △2분위 74.6% △3분위 74.5% △4분위 74.1% △5분위 78.5%로 각각 나타났다. 1분위에 가까울수록 소득 수준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경협은 소득 1~3분위에 속한 응답자들의 답변 결과에 특히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산층 이하인 소득 1~3분위에서도 60~70% 이상이 상속세 완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상속세가 더 이상 부유층만이 납부하는 세금이 아닌 중산층도 납부하는 세금이라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자리잡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상속세 완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로는 소득세와의 이중과세 부담 과도(40.3%)가 제일 많았다. △과세체계가 오랫동안 미개편돼 소득·자산 가격이 상승한 현실 미반영(29.3%) △높은 상속세 부담이 기업의 원활한 승계를 저해하여 경제의 고용·투자 손실 초래(13.2%) 등이 뒤를 이었다. 그 외 △상속세 완화 시 부·자산의 미래세대로의 이전을 촉진해 소비 활성화에 기여(10.4%) △높은 상속세 부담이 기업의 주가 제고 노력을 저해해 주식시장 위축 야기(6.5%) 등도 상속세 완화가 필요한 이유로 조사됐다.
한경협은 일반 국민들이 상속세 완화가 단순히 개인의 불합리한 세부담을 줄이는 것을 넘어, 기업과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실제 상속세 개편의 영향을 묻는 질문에서 응답자의 62.8%가 상속세를 완화하면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54.9%는 현행 상속세가 주식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응답했다.
정부는 지난 9월 상속세 완화를 골자로 하는 상속세제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인하하고, 과세표준도 30억원 초과에서 10억원 초과로 하향했다. 인적공제 중 자녀공제액을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했다. 정부의 개편안에 대해 응답자의 26.5%는 ‘개편이 잘 이루어졌으며, 이대로 통과되길 바란다’고 응답했으며, 절반 수준인 52.9%는 ‘개편 방향에 동의하나, 개선·보완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개편 방향에 동의하지 않아 통과를 반대한다는 응답은 10.1%에 불과했다. 개선 보완과제로는 과세표준 추가 조정(29.6%), 세율 추가 인하(24.2%), 배우자 공제 확대(19.4%) 등이 꼽혔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한국은 1999년 개편된 상속세제가 24년간 그대로 유지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세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라며 “상속세율 인하 등 현실에 맞는 개편을 통해 민간 경제 활력 제고와 위축된 자본시장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