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구하라법·간호법 처리 합의…여야정협의체 두곤 '신경전'

by한광범 기자
2024.08.08 15:19:09

전세사기특별법도 상임위서 쟁점 좁혀 처리 나서기로
여야정협의체 두고는 '보톱업 vs 톱다운' 방식 입장차
與 "실무협의서 시작하자"· 野 "영수회담서 시작해야"

국민의힘 배준영(오른쪽)·더불어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가 8일 오전 국회에서 여야정 민생 협의체(협의기구) 구성과 관련해 실무 협의를 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이수빈 기자] 여야가 8월 국회에서 ‘구하라법’과 ‘간호법’ 등 이견차가 적은 민생법안을 서둘러 처리하기로 했다. 여야정협의체를 구성해 본격적으로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협의체가 실제로 운영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당은 협의체를 민생법안 논의의 시작점으로 본 반면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기조 전환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8일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와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에서 만났다. 이들은 양당 간 쟁점이 없거나 이견차가 적은 민생 법안 처리에 합의했다. 대표적으로 구하라법과 간호법 등이 거론된다.

구하라법은 가수였던 고(故) 구하라 씨의 이름에서 따온 법이다.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은 피상속인의 상속권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구하라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헌법재판소가 지난 4월 유류분제도에 대해 위헌·헌법불합치를 결정했다. 헌재는 2025년 연말까지 법 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법은 민주당에서 당론 발의된 상태다. 대표 발의자는 민주당 최고위원인 서영교 의원이다. 서 의원은 제안 이유를 통해 “양육하지 않은 부모의 상속자격을 박탈해 억울한 사람이 더 이상 생겨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간호법은 여야가 각각 발의해 계류 중이다. 간호 종사자의 근무 환경과 처우를 개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당이 발의한 법안은 간호사가 의사의 포괄적 지도나 위임을 받고 진료지원(PA)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진료 범위를 놓고 여야 간 이견이 있지만 이 부분 절충만 이뤄진다면 법안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세사기특별법에 대한 논의도 진행한다. 여야 모두 피해자 구제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합의 가능성이 낮지 않다.

그러나 구제 방식에는 차이가 있었다. 국민의힘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경매로 낙찰받아 피해자에게 ‘공공임대로 장기 제공하자’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이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해 전세사기 피해자의 임차보증금 반환 채권을 매입하는 ‘선구제 후 회수’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여야는 여야정협의체 구성과 관련해서도 이견을 보였다. 여당은 여야 원내수석과 정부 측 국무조정실장이 참여하는 여야정 실무협의체를 통해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보텀업(Bottom-up) 방식이다.

이를 두고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은 “쟁점법안을 제외한, 여야가 타협 가능하고 별 무리 없이 통과시킬 수 있는 법안들을 여야정 실무협의체 통해서 통과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야당은 영수회담을 통해 논의가 선결되는 톱다운(Top-down)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이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실무 협의체는 의미가 없다고 봤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은 “실무협의체를 언제든 구성할 수 있다”면서도 “영수회담을 진지하게 해보고 대통령이 참여하는 논의 자리를 마련하면 구체적인 협의를 할 수 있는 실무협의체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