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첫 발도 못뗀 리걸테크 진흥법…22대 국회선 진전될까

by한광범 기자
2024.05.29 15:56:22

변협·IT업계 극명한 입장차로 관련 논의 '제자리걸음'
'변협 징계권 회수' 로톡법엔 대법·법무부까지 부정적
절충법안 나왔지만 변협·IT업계 부정평가…발의 못해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국회에 발의됐던 리걸테크 관련 법안들이 21대 회기 종료와 함께 모두 폐기됐다. 정부는 물론 여야의 무관심 속에 제대로 논의 한 번 이뤄지지 않았다. IT 접목을 통한 법률서비스 혁신을 추진하는 리걸테크 관련 입법은 이제 22대 국회에서 다시 재검토될 전망이다.

(이미지=픽사베이)
29일 국회와 IT업계 등에 따르면 국회에 발의된 리걸테크 관련 법안은 이날 21대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폐기된다. 폐기된 리걸테크 관련 법안들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법안이 상정됐지만 관련 곧바로 법안소위로 넘어간 후 사실상 아무런 논의조차 거치지 못한 채 사라지게 됐다.

그동안 국회는 대한변호사협회의 징계권을 빼앗아야 한다는 IT업계와 개별 기업의 법률 온라인 플랫폼 자체에 부정적인 변협의 입장차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했다. ICT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리걸테크 관련 논의에 적극적이지만 또 다른 축인 법무부가 소극적 모습으로 일관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문재인 정부의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출신으로 리걸테크 진흥을 목적으로 한 ‘법률서비스법’ 발의를 준비했던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안 발의조차 하지 못했다. 법안은 법조계와 IT업계의 의견을 절충해 법무부를 리걸테크 주무부처로 두고 법률가와 비법률가가 할 수 있는 리걸테크의 범위를 차별화했다. 하지만 법안 발의를 앞두고 의견 수렴 과정에서 이도저도 아니라는 비판을 받으며 IT업계와 법조계 모두 반발해 결국 법안은 발의되지 못했다.

로톡법(변호사법 개정안)도 21대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폐기됐다. 로톡 운영사인 로앤컴퍼니 등 IT업계가 입법을 강력 요구하고 있는 로톡법은 대한변호사협회가 가진 변호사에 대한 징계권을 다시 정부에 넘기는 것이 골자다. 현재 변협은 내규를 통해 광고규정을 만들고, 이를 위반할 시 법무부로부터 위임받은 징계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 법안 자체에 부정적이라 통과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변협은 물론 일선 법률가들조차 ‘리걸테크 활성화’를 목적으로 변협 징계권을 회수하는 것에 대해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때문에 율사 출신이 대부분인 국회 법사위 문턱을 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한 IT전문 변호사는 “리걸테크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점엔 공감하지만, 변협의 징계권을 회수한다는 것은 변호사업계의 자율성 침해라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에 오랫동안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국회에서 뚝딱 처리해서는 안 되는 법이라는 데에 많은 법조인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변호사 광고규정을 변협 내규가 아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법조계 내 부정적 전망이 많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변협이 징계권을 남발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보지만 변호사 광고에 대한 기준을 정부가 정하는 건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대법원(법원행정처)과 법무부 역시 국회 법사위 소위에서 “변호사법이 변협에게 자율적인 규제 권한을 부여한 역사적 배경을 봐야 한다”고 법안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다만 법안 대표발의자인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22대 국회에서 로톡법을 다시 발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