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개혁개방 강조하며 디커플링 비판…美 대선엔 “미국 내정일뿐”

by이명철 기자
2024.03.04 15:18:08

中 최고입법기관 전인대 5일 개막 앞두고 기자회견
“금융 개혁·민간 발전 촉진, 반간첩법 우려는 오해”
첨단 기술 둘러싼 반중국 조치와 美 내정 간섭 비판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 최고 입법기관인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가 오는 5일부터 약 일주일간 열린다. 이번 전인대는 중국식 현대화를 통한 경제 발전 방안을 중점 논의할 예정이다. 외국기업 대상 개혁개방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반도체 등 첨단 기술을 둘러싼 디커플링(탈동조화)에 대해선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올해 예정된 미국 대선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내정’이라며 간섭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류친젠 제14기 전인대 2차 회의 대변인이 4일 오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중국 국무원)


류친젠 제14기 전인대 2차 회의 대변인은 4일 오후 중국 인민대회당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해는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75주년이자 전인대 창립 70주년이 되는 해”라며 “중국식 현대화를 통해 강국 건설과 민족 부흥의 대업을 전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인대는 5일 오전 시작해 11일 오후 폐막한다. 이 기간 총 3번의 전체 회의가 열리고 정부 업무보고서, 국가 경제 사회 발전 계획, 중앙·지방예산 검토 등이 이뤄진다. 개막식에서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와 함께 올해 경제 정책 방향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개막식에서 중국이 내놓을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5%대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달성하기 위한 개혁과 입법 활동을 추진할 방침이다.

전인대는 입법 활동을 통해 중국 경제 발전을 지지하는 역할을 맡았다. 류 대변인은 “국가 입법권 행사를 통해 경제 사업을 잘하고 질적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법적 담보를 제공한다”며 올해 △개혁·입법 집중 △입법의 개방·장악 △고품질 개발과 법률 파악 △민생 보장·개선 입법 4가지 방안에 초점을 둘 것이라고 전했다.

먼저 금융 시스템 개혁을 시행하고 민간기업 발전과 성장을 촉진할 예정이다. 구체적 조치를 밝히진 않았지만 경제 발전의 추진력을 강화하기 위한 입법 활동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관세법과 국경보건·검역법을 제정하고 기존 법률에서 외국 관련 조항을 개선해 비즈니스 환경을 최적화할 방침이다. 녹색·저탄소 발전을 촉진하고 감염병 예방·통제에 관한 법률 개정도 추진한다.

지난해 반간첩법(방첩법) 개정에 이어 최근 국가기밀보호법을 개정한 것을 두고 외국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적극적인 개혁 의지를 나타냈다.



류 대변인은 “방처법 개정안은 간첩 범위를 확대한 게 아니고 간첩의 정의를 개선해 외국기업이 중국에서 투자·취업·생활할 때 안정감을 높인 것”이라며 “개혁개방의 기본 국가정책과 대외관계 발전이라는 중국의 태도는 결코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5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전인대 관계자들이 14기 전인대 2차 회의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 기술을 두고 미국을 필두로 한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서방의 대중국 제재를 비판하며 기술 개발을 가속화 해 자립도를 키우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류 대변인은 “과학기술 혁명과 산업 전환 과정에서 국가간 경쟁은 당연하지만 중국은 시장 경제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디커플링은) 세계 과학기술 진보와 산업 발전을 방해하며 발전 격차를 확대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관계에 대해서는 안정적인 발전을 지속해야 한다는 기대를 보이면서도 디커플링 조치와 내정 간섭 등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류 대변인은 “상호존중, 평화공존, 상생협력 3원칙에 따라 양국 관계의 안정적이고 건전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동할 것”이라면서도 “반중국 법안을 내놓고 반중국 언행을 하며 심지어 중국의 (영토인) 대만을 방문하는데 이는 중국 내정을 심각하게 간섭하고 양국 정상적 교류·협력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대선과 관련해서도 그는 “미국 대선은 미국의 내정”이라며 “누가 당선되든 우리는 미국 측이 중국과 같은 방향으로 관계 발전을 추동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매년 양회에서 전인대가 열릴 때마다 관심받는 국방예산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중국의 지난해 국방예산은 1조5537억위안(약 287조원)으로 전년대비 7.2% 증가했으며 앞으로도 완만히 증가할 전망이다.

류 대변인은 “중국은 국가 주권과 안보를 수호하고 국제적 책임 이행을 위해 합리적으로 안정적인 국방비 지출 성장을 유지했다”며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군사 강대국과 비교할 때 중국 국방비는 국내총생산(GDP) 비중, 1인당 국방비 등에서 상대적으로 낮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