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 도발에…軍도 억제전력 공개 '맞불'

by김호준 기자
2022.02.28 14:37:39

장거리지대공미사일·한국형 아이언돔 등 공개
안보 불안 잠재우고 북한에 경고 메시지 관측

국방부가 28일 공개한 우리 군 무기체계 동영상 장면. (사진=국방부)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북한이 한 달여 만에 미사일 시험발사를 재개한 가운데 군 당국이 이례적으로 무기체계 동영상을 공개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연이은 북한의 무력시위에 ‘맞불’을 놓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국방부는 28일 우리 육·해·공군이 보유 전력을 과시하는 6분 분량의 ‘특별 동영상’을 일반에 공개했다. 이 영상은 이날 오전 열린 긴급 주요 지휘관회의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과 원인철 합참의장 등 군 지휘부가 시청한 자료다.

영상에는 지난 23일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시험장에서 진행된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 시험발사 성공 장면이 눈에 띄었다. 미사일이 발사된 뒤 대기권을 향해 치솟는 장면이 담겼다. 이후 일정 고도에서 가상의 표적 요격에 성공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화면도 포함됐다.

L-SAM은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구현을 위한 핵심 요격미사일로, 탄도미사일이 고도 50∼60㎞에서 비행할 때 요격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같은 날 진행된 ‘한국형 아이언돔’으로 불리는 장사정포 요격체계(LAMD)를 구현한 시뮬레이션 화면도 실렸다. 수도권 일대 등에 요격미사일을 촘촘히 배치해 전방위로 날아오는 적의 미사일을 격파하도록 개발된다.

장사정포 요격체계는 여러 장소에 유도탄 발사대를 설치해 돔(둥근 지붕) 형태의 방공망으로 둘러싸 날아오는 장사정 포탄을 요격하는 개념이다. 이스라엘의 ‘아이언돔’과 같은 방식의 무기체계다.



국방부가 28일 공개한 우리 군 무기체계 동영상 장면. (사진=국방부)
이 밖에도 국방부는 이날 영상에서 항공통제기 E-737,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 중거리 지대공요격미사일인 천궁-II, 패트리엇(PAC-2, PAC-3) 미사일 등 기존 주요 방어체계를 소개했다.

영상에는 F-35A 스텔스 전투기를 비롯한 주요 공중전력의 비행 장면도 포함됐다. 현재 40대 배치가 완료된 F-35A는 스텔스 기능으로 적지에 은밀히 침투해 핵과 미사일 시설, 전쟁 지휘 시설 등 핵심 표적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위력을 갖췄다.

아울러 지난해 시험 발사 단계에서 공개된 적이 있는 초음속 순항미사일과 고위력 탄도탄 배치가 이뤄진 사실도 공개됐다. 여기에 장거리 공대지 유도탄-II를 비롯해 군 정찰위성, 경항공모함, 한국형 전투기 KF-21 전력화 계획 등이 소개됐다.

문홍식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주요 지휘관회의를 소개하면서 “장사정, 초정밀, 고위력의 다양한 탄도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해 전략표적에 대한 압도적인 타격 능력을 보유하고, 중장거리 요격미사일 전력화 및 성능 향상을 통해 미사일 방어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가 28일 공개한 우리 군 무기체계 동영상 장면. (사진=국방부)
국방부가 전력화됐거나 개발 진행 중인 핵심무기체계를 일반에 공개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상당수가 비닉(秘匿·비밀스럽게 감춤)무기인 만큼 군은 그간 언론에 보도가 나왔더라도 극도로 말을 꺼리는 등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북한이 ‘시험발사’라는 명분으로 무력시위를 이어가면서 생긴 ‘안보 불안’ 여론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우리 군이 갖춘 대북 전력을 과시해 북한에게 간접적은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