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 새 주인 맞자마자 신용등급 강등되나

by김기훈 기자
2015.12.30 14:32:27

3대 신평사 일제히 하향검토 대상 등재
최대주주 산은→미래에셋으로 모회사 지원여력 저하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국내 금융투자업계를 대표하는 대형 증권사 중 하나인 대우증권(006800)의 신용등급이 조만간 강등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산업은행이라는 든든한 울타리를 벗어나 민간기업을 주인으로 맞으면서 모(母)회사로부터의 지원 여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 28일 한국기업평가는 대우증권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검토 대상’에 등록했다. 같은 날 한국신용평가도 대우증권 신용등급을 ‘하향검토 대상’에 올렸고 이보다 앞서 NICE신용평가 역시 대우증권 신용등급을 ‘하향검토 등급감시 대상’에 등재했다. 국내 3대 신평사 모두 대우증권의 신용등급을 낮출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것. 신평사들은 등급감시 대상에 편입한 기업에 대해 통상 90일간의 관찰기간을 거쳐 등급 강등 여부를 결정한다.

신평사들은 하향검토 대상 등록 사유로 일제히 매각에 따른 계열 지원 약화 가능성을 들었다. 지난 24일 대우증권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미래에셋컨소시엄(미래에셋증권·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선정한 바 있다. 한신평은 “대우증권 신용등급에는 산업은행의 유사시 지원 가능성이 반영돼 있다”며 “이번 등급감시 등록은 미래에셋금융그룹으로 계열 변경 시 산업은행의 지원 가능성이 제거되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대우증권 신용등급은 ‘AA+’다. NH투자증권(005940), 삼성증권(016360)과 더불어 국내 증권사 가운데 최고등급을 자랑한다. 대우증권의 새 주인을 예약한 미래에셋증권(037620)의 경우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현대증권(003450), 신한금융투자 등과 더불어 그보다 한 단계 아래인 ‘AA’를 부여받고 있다.

독자신용등급(자체신용도)이 아직 도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평사들은 모 기업의 재무현황과 지원 여력 등을 종합해 해당 기업의 등급을 매기고 있다. 대우증권의 등급 또한 국책은행으로 ‘AAA’ 등급을 보유한 산업은행의 신용도가 상당 부분 반영됐던 터다. 따라서 회사 주인이 산업은행에서 민간금융회사인 미래에셋으로 최종적으로 바뀌면 자연스럽게 등급 키 맞추기가 전개될 공산이 크다.

또 인수주체인 미래에셋증권도 인수자금 조달과정에서의 재무유동성 저하나 재무부담 확대로 신용도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IB업계에선 미래에셋증권이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본 이외에 자체적인 현금유동성 확보와 외부 차입에 나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