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이탈리아 조기 총선, 여성 극우 총리 나올까
by김윤지 기자
2022.09.23 17:18:45
멜로니 Fdl 대표 유력, 여론조사 압승
반이민·감세 등 공약…“허니문 짧을것”
프·스웨덴 등 유럽 정치권 극우 바람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우리는 강력한 대중 권력으로서 견고하고 응집력 있는 정부를 구축할 것이다.”
차기 이탈리아 총리로 유력한 극우 성향 정치인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l) 대표가 22일(현지시간) 로마에서 열린 우파 연합 집회에서 이처럼 말했다. 오는 2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조기 총선이 시행되는 가운데, 이탈리아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이자 파시즘을 주도한 베니토 무솔리니 이후 첫 극우 지도자가 탄생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형제들(Fdl) 대표(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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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당인 Fdl은 공표 허용 마지막 기간인 지난 9일 실시된 입소스 여론조사에서 25.1%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Fdl을 포함하는 우파 연합의 지지율은 46.6%로 중도 좌파 연합(27.2%)을 크게 앞섰다. 예상대로 선거 결과가 나온다면 우파 연합이 상·하원 과반을 차지하고, 최대 지분을 가진 Fdl의 멜로니 대표가 차기 총리에 오른다.
현재 유럽은 급증하는 에너지 비용과 경기 침체 가능성을 마주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만성적인 부채와 재정 적자까지 시달리는 상황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존경 받는 수장 출신이자 친 EU 성향의 마리오 드라기 전 총리는 글로벌 시장에서 ‘믿을 만한 인물’로 통했지만, 연정 붕괴로 인해 지난 7월 사임했다. 반면 멜로니 대표는 반이민·반유럽연합을 내세워 정치적 입지를 다졌으며, 대대적인 감세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런던 리서치업체 테네오홀딩스의 울판고 피콜리 공동대표는 “멜로니는 소통에 굉장히 능하지만, (총리가 된다면) 상당한 경제적 제약과 마주할 것이고 경험이 많지 않다”면서 “아마도 긴 ‘허니문 기간’을 즐길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멜로니 대표는 노동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로마 남부 가르바텔라에서 성장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멜로니 대표는 로마의 한 부촌에서 태어났으나, 회계사였던 아버지가 멜로니가 태어난 지 1년 만에 가족을 버리고 북아프리카의 카나리아 제도로 떠나면서 멜로니의 어머니는 어린 두 딸을 데리고 친정이 있는 가르바텔라로 옮겨 홀로 딸들을 키웠다. 15세였던 1992년 멜로니 대표는 이탈리아사회운동(MSI)의 청년 조직에 가입하면서 극우 청년 활동가로 활동하기 시작했으며, 2012년 Fdl 창당을 주도했다. 통상 좌파 정치의 보루로 통하는 가르바텔라에서 극우 우파 정치인으로 성장한 것이다.
특히 Fdl은 MSI에 뿌리를 둔 극우 정당으로 분류된다. MSI는 무솔리니의 추종자들이 1946년 설립한 정당이다. 멜로니 대표에게 ‘파시즘의 계승자’라는 꼬리표가 붙는 이유다. 게다가 우파 연합을 구성하는 다른 두 축인 동맹(Lega)의 마테오 살비니 상원의원, 전진이탈리아(FI)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 둘 다 대표적인 친러시아 인사로 분류된다.
최근 유럽 정치권에는 극우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11일 스웨덴 총선에선 극우 성향의 스웨덴민주당이 우파연합 최대 의석 정당이자 원내 제2정당으로 도약했으며, 6월 프랑스 총선에선 극우 국민연합(RN)이 정통 보수정당인 공화당(LR)을 제치고 우파 간판이 됐다.
한편 이탈리아 조기 총선 투표는 25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이어진다. 차기 내각은 11월께 취임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