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엔화 가치, 1달러=135엔대 초반 '뚝'…24년만에 최저
by방성훈 기자
2022.06.13 16:19:20
엔·달러 환율 한때 135.16엔…1998년 10월 이후 최고
연준 14~15일 0.5%p 금리인상 전망에 하방압력↑
日정부, 지난주 시장개입 시사했지만 "효과 없어"
"투기세력, 금융완화 입장 확인후 마음놓고 엔화 매도"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 엔화 가치가 거의 2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환율인 미화 1달러당 135엔 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13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은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135.16엔까지 상승했다. 이는 아시아 외환위기였던 1998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 노동부가 지난 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대비 8.6% 상승, 1981년 12월 이후 최대폭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14~15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0.5%포인트 인상할 것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일본 정부가 지난 주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연준의 0.75%포인트 금리인상을 예상하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어서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고 닛케이는 설명했다.
일본과 더불어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했던 유럽중앙은행(ECB)과 스위스 중앙은행마저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관측된다는 점도 하방 압력을 높이고 있다. ECB는 이미 7월과 9월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한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 했다. 이 때문에 엔·유로 환율도 이날 141.75엔으로 치솟았다. 2015년 1월 이후 7년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일본과의 장기금리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된다. 일본은행은 단기금리를 -0.1%, 장기금리인 국채 10년물 금리는 국채 무제한 매입을 통해 0%로 유도하는 통화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7일 참의원 재정금융위원회 출석해 엔저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도 통화정책을 수정하진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후 기관들을 중심으로 금리가 더 높은 곳으로 투자자금을 이동시키려는 수요가 크게 늘었고 엔화 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투기세력의 엔캐리 트레이드 거래가 활발해진 것이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외환 딜러는 “일본은행의 입장을 확인한 투기세력들이 안심하고 엔화를 매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이 글로벌 인플레이션 및 일본 수입업체들의 달러화 수요 확대로 이어져 엔저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씨티그룹글로벌증권의 타카시마 슈우는 “유가 고공행진이 지속되면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어려워지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일본과 각국 간 금리격차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