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제압문건' 前국정원 간부들 '실형'…法 "피해자에 고통"
by한광범 기자
2018.11.02 12:04:21
'국장급 간부' 박원동 징역 3년·신승균 징역 2년
원세훈 지시로 '박원순 제압문건' 작성·실행 혐의
진보 연예인 퇴출공작…한나라당 선거전략도 짜줘
| ‘박원순 제압문건’ 등 국정원 정치공작에 가담한 혐의로 2일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박원동 전 국익정보국장과 신승균 전 국익전략실장.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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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이명박정부에서 ‘박원순 제압문건’ 작성·실행 등 야당 정치인과 진보 성향 연예인들에 대한 정치공작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전 국가정보원 간부 2명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재판장 강성수)는 국정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원동(63) 전 국익정보국장, 신승균(59) 전 국익전략실장에게 각각 징역 3년 자격정지 3년, 징역 2년 자격정지 2년을 선고했다. 보석 상태였던 신 전 실장은 보석이 취소돼 다시 구속됐다. 그는 선고 직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국정원 간부로 근무하며 합리적 이유 없이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종북좌파’로 규정해 비방 등 반대활동을 했다”며 “담당했던 역할이 미약하다고 볼 수 없다. 피해자들은 커다란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은 2011년 10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된 후 “종북세력인 박원순에 대한 제압이 필요하다”는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에 따라 박 시장에 대한 빕아 공작 계획이 담긴 이른바 ‘박원순 제압문건’을 작성했다. 해당 문건에는 박 시장의 시정운영을 ‘좌편향’이라고 평가하며 보수단체를 동원한 박 시장 규탄시위 개최, 저명 논객 통한 언론 칼럼 게재 등의 구체적 공작 방안이 담겨있다.
보고서를 전달받은 국정원 심리전단은 온·오프라인에서 박 시장에 대한 비방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했다. 심리전단의 박 시장 비방 수법은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동원 퇴진촉구 집회 △보수단체 통한 비난 광고 게재 △다음아고라에서의 퇴진 서명운동 △대학교수 동원 비난 칼럼 게재 △트위터에 비방글 작성 등이었다.
이들은 또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민주당 등 야당에 대해선 동향을 파악해 대응전략을 짰고 여당인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에 대해선 구체적인 선거운동 전략을 마련했다. 이렇게 작성된 야당 동향 보고서와 여당을 위한 ‘SNS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2040세대의 대정부 불만요인 진단 및 고려사항’ 보고서는 국정원 지휘부는 물론 청와대 관련 수석실로 보고되기도 했다.
아울러 국정원이 ‘강성좌파’로 분류한 연예인들에 대해서도 퇴출 공작을 벌인 혐의도 받는다. 이들은 MBC 라디오에서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던 방송인 김미화씨의 하차를 MBC 경영진에 요구했다. MBC 경영진의 노골적은 압박을 받은 김씨는 결국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이들은 방송인 김제동씨와 가수 윤도현씨에 대해선 소속사인 다음기획(현 디컴퍼니)에 대한 세무조사를 국세청 조사국장에게 요구했다. 하지만 국세청은 내부 규정을 이유로 실제 조사는 진행하지 않았다.
박 전 국장은 이밖에도 삼성·SK·LG 등에 보수단체들에 대한 지원을 요구해 직권을 남용한 혐의도 적용됐다.
앞서 검찰은 “국가기관이 특정 여론 조성 목적으로 여론 형성 과정에 직접 개입하는 행위는 어떤 명분으로도 절대 허용돼선 안 된다”며 박 전 국장과 신 전 실장에게 각각 징역 6년과 4년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