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또 "북한은 뉴클리어파워"…'비핵화' 목표 괜찮나

by김인경 기자
2025.03.14 13:26:08

트럼프, ''사실상 핵보유국'' 인도·파키스탄과 나란히 北 언급
미국 정부는 ''완전한 비핵화'' 내걸고 있지만
북한 핵 동결·군축 목표로 한 ''스몰딜'' 가능성 여전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다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보유국)로 지칭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뒤 백악관은 ‘북한에 대한 완전한 비핵화’ 입장을 다시 확인했지만,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라고 반복해 언급하는 트럼프 대통령 탓에 대북 해법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에서의 긴장이 올라가고 있는데 첫 임기 때 맺었던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를 다시 재구축할 계획이냐는 질문에 “그렇다(I would)”라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김정은과 좋은 관계이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겠다”라면서 “확실히 그(김정은)는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보유국)”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의 핵무기를 언급한 뒤 “그 수를 줄일 수 있다면 멋진 성과가 될 것”이라며 “우리는 너무 많은 무기를 가졌고, 그 위력도 크다”고 언급했다. 이어 “김정은은 핵무기를 많이(a lot) 갖고 있고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라면서 “인도나 파키스탄도 있고 그것(핵무기)을 가진 다른 나라들도 있다”라고 말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서 인정하는 핵보유국(Nuclear-weapon state·미국, 영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은 아니지만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식되는 나라들이다. 이 연장선상에 북한을 두고 언급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20일 취임식 직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언론과 문답을 하는 과정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부른 바 있다.



북한은 핵을 갖고 있으나 국제 사회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는 않고 있다. 바이든 정부를 비롯해 이전 미국 행정부들도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지난달 15일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채택된 공동성명에서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에 따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명시한 바 있다.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의 ‘북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변함없다는 입장이다. 김인애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미국의 새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한미 외교장관회담, 한미일 외교장관회담 등 여러 계기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외교 전문가가 아닌 트럼프 대통령이 ‘핵보유국’이라는 용어를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북한의 핵 능력 자체를 인정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발언을 감안할 때 미국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를 공식 입장으로 내걸고 있다고 해도 어느 정도 핵 능력을 인정하고 동결과 군축을 목표로 하는 스몰딜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해선 안 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뉴클리어 파워’라는 발언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비현실적인 접근이라는 미국 측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통일연구원장을 지낸 고유환 동국대 명예교수는 “지금 북한은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고 트럼프 2기가 북한과 관계맺기에 성공하려면 북한의 달라진 국가전략을 인식하고 이전과 다르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며 “다만 그 과정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모색하는 우리로선 난관에 부닥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