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론'에 반도체주 휘청…日 키옥시아 IPO 또 연기
by양지윤 기자
2024.09.25 15:36:18
10월 일본 증시 입성 보류
엔비디아 등 글로벌 반도체주 조정 국면
시총 목표 13.9조원 어려워지자 상장 연기
삼성전자 등 주요 반도체 기업 한 달새 10~20% 하락
"상장 기조는 유지, 11월 이후 재도전"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반도체 메모리 대기업인 일본 키옥시아 홀딩스(옛 도시바메모리)가 오는 10월로 계획했던 기업공개(IPO) 일정을 미룬다. 최근 인공지능(AI)을 두고 일각에서 거품론이 일면서 글로벌 반도체주들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상장을 강행할 경우 몸값이 낮아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IPO 일정을 연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과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키옥시아 홀딩스는 10월 중으로 예정했던 IPO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소식통들은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주가 조정 국면에 접어든 점을 고려해 상장 일정을 미루기로 했다고 전했다. 키옥시아는 지난 8월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을 신청할 당시 주요 투자사인 베인캐피탈은 시가총액 1조500억엔(약 13조9200억원) 이상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JP모건 등 월가를 중심으로 AI 거품론이 퍼지면서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랭한 여파로 풀이된다. 마이클 쳄발레스트 JP모건 자산운용 투자전략부문 회장은 이달 초 보고서에서 “시장을 선도했던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변곡점에 도달한 후 시장점유율이 하락하면서 시가총액이 감소했다”며 엔비디아에 비관론을 꺼냈다. 블랙록도 “AI 투자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할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거들면서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이에 최근 한 달 간 글로벌 반도체 대장주인 엔비디아는 약 10%, 한국 삼성전자(005930)는 주가가 20%나 빠졌다.
로이터는 “주식 공모가격을 결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비교 대상 기업들의 주가 조정이 상장 연기 요인 중 하나다”면서 “베인캐피털이 목표했던 가격 대비 투자자들의 평가는 이보다 낮았다”고 전했다.
베인캐피털 키옥시아 IPO 연기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키옥시아는 “적절한 시기에 상장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며 사실상 IPO 일정 연기를 인정했다.
키옥시아는 2017년 도시바에서 분리 매각돼 출범한 회사로 도시바 메모리가 전신이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이 주도 하고 한국 SK하이닉스와 함께 투자한 특수목적회사가 키옥시아홀딩스 지분 56.3%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도시바가 40.6%의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다.
키옥시아의 IPO 연기는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20년 10월 IPO를 추진했으나 코로나 팬데믹(감염병 대유행)과 미국과 중국 간 지정학적 갈등에 따른 세계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사장 시기를 미뤘다. IPO 대신 미국 미국 웨스턴디지털 반도체 부문과 합병 협상을 진행했으나 주요 투자자인 SK하이닉스가 반대하면서 지난해 10월 무산됐다.
이후 AI 열풍을 타고 사업 환경이 호전됐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 8월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을 신청한 바 있다. 키옥시아는 올해 1~3월기에 흑자를 기록, 6분기 만에 적자 탈출에 성공했다. 4~6월기 연결 순이익은 698억엔으로 분기 최고치를 기록했다.
닛케이는 “키옥시아가 상장 방침을 유지하며 11월 이후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