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두산, 등급 상향 청신호…공모채 시장 입지 ‘쑥’

by박미경 기자
2024.03.21 16:29:37

두산, 540억원 공모채 발행…이자 비용 절감
차환 위한 발행…공모채 발행 주기 짧아져
‘긍정적’ 등급전망 상향도 긍정적 요인
“그룹 차원 자본시장 내 선호도 높아지는 중”

[이데일리 마켓in 박미경 기자] 두산그룹이 올해 공모 회사채 발행에서 기관투자자들의 인기를 모으며 가산금리(스프레드)를 빠르게 축소하고 있다. 특히 등급상향에 청신호가 켜진 지주사 두산(000150)(BBB)은 주식담보대출을 공모채를 통해 차환하는 등 조달 비용도 낮춰 가는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두산은 지난 12일 2년물 400억원, 3년물 140억원 등 총 54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발행했다. 당시 공모액은 500억원 규모로 수요예측 과정에서 1220억원으로 두 배가 넘는 주문이 몰린 바 있다.

자금 조달 비용도 낮췄다. 개별 민간채권평가사(민평) 평가금리 대비 -30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포인트)~+30bp를 가산한 이자율에서 2년물은 -90bp, 3년물은 -120bp에서 모집 물량을 채웠다.

특히 당시 수요예측 과정에서 A자산운용사가 두산 3년물에 -190bp 수준에서 130억원의 강한 매수 주문을 넣어 시장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기관들이 두산그룹 회사채에 대한 인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두산은 오는 5월 만기가 도래하는 주식담보대출(540억원) 차환을 위해 공모채를 발행했다. 해당 주식담보대출 금리는 6~7%대로, 이번에 발행한 공모채 금리(2년물 4.668%, 3년물 4.801%)와 비교했을 때 이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두산은 지난 2022년 2월 채권단 관리 체제를 졸업했다. 이후 신용도가 낮아져 조달 여건이 좋지 않았던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을 지렛대 삼아 운영 자금을 마련하고, 전단채 등 단기물에 의존해왔다. 차환을 위해 공모채를 발행했다는 점에서 두산의 체질 개선은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공모채 발행주기도 짧아지고 있다. 두산은 지난해에만 1월 1100억원, 7월 430억원 두 차례 공모채를 찍었다.



등급전망 상향도 긍정적 요인이다. 한국신용평가와 NICE(나이스)신용평가는 두산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올렸다. 신용등급은 ‘BBB’로 유지했다. 향후 BBB+로 등급이 상향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최영록 NICE신평 연구원은 “두산로보틱스 상장을 통해 두산에 대한 직접적인 자금지원 부담이 완화됐다”면서 “크게 상승한 보유지분가치를 활용한 재무융통성이 상당 폭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두산그룹은) 하반기 추가 조달 가능성이 높은 그룹 중 하나”라며 “그룹 차원에서 자본시장 내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BBB급이었던 대한항공의 신용등급 상향으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하이일드 펀드는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을 위해 BBB급 이하 채권을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산 계열사인 두산퓨얼셀(336260)(BBB)과 두산에너빌리티(034020)(BBB+)도 올해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기관 수요가 몰리며 A급 회사채와 비슷한 수준에서 발행금리가 정해졌다. 두산퓨얼셀의 최종 발행금리는 1년6개월물 4.837%, 2년물 5.102%, 두산에너빌리티는 2년물 3.948%, 3년물 5.235% 수준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BBB급 중 대장급 종목인 대한한공이 A급으로 가고 나서 BBB급은 국채보다 비싸더라도 금리에 상관없이 무조건 사자는 분위기가 있다”며 “하이일드 펀드를 운용해야 하는 곳에서 두산그룹으로도 강하게 입찰이 들어갔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