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비급여 혼합진료 금지에 ‘부글부글’…왜

by이지현 기자
2024.02.02 16:49:55

정부 “의료시스템 왜곡 초래 비정상의 정상화 일환”
의협 “급여진료 오늘 비급여진료 다음날…환자 불편”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비급여 혼합진료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일 정부가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에서 비급여 혼합진료를 단계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발표하면서부터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 치료선택권을 제한하는 거라며 우려하고 있다. 의사들의 의료분야 연구단체 바른의료연구소는 “개인 직업선택과 사유 재산을 부당하게 통제하는 위헌적 발상”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비급여 혼합진료가 뭐기에 논란일까?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일 필수의료 패키지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사진=복지부 제공)
비급여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의사 재량권이 인정돼 가격 통제를 받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부르는 게 값이다. 일본에선 혼합진료금지로 보험진료와 보험외진료의 병용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혼합진료가 행해지면 일련의 의료행위 전부를 보험외진료로 취급하며, 보험진료를 포함한 전체 비용을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일본은 혼합진료금지를 통해 보험외진료가 일반화되는 것을 막고, 사적 부담의 증가를 억제해 의료보험의 공적보험의로서 성격을 지키고 있다.



반면 국내에선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백내장수술은 병원의 수익창출 창구로 전락한 상태다. 백내장 수술비는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수십만원이지만, 최근 강남의 A안과는 수백만원의 높은 가격을 매겨 환자들에게 수술을 해주고 뒷돈까지 챙겨주며 연간 200억~300억원대 매출을 올리다 검찰에 기소되기도 했다. 병원이 미용 목적의 비급여 진료를 치료로 둔갑해 소견서를 발급하고, 소비자가 이를 이용해 보험금을 타내는 행위는 일종의 ‘보험사기’다.

에 정부가 칼을 빼들어 이들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의료 남용을 부추기고 시장을 교란하며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비급여와 실손보험 제도를 확실하게 개혁하겠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국민의 실질의료비를 줄이고 비급여를 강력히 통제하기 위해서는 전면 혼합진료 금지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건강보험의 완결형 진료를 위해서 피부, 미용 및 도수치료 외에도 필수의료서비스에도 혼합진료금지를 도입해서 건강보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올리고 국민의료비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의사협회는 국민의 치료선택권을 제한하는 거로 보고 있다. 김이연 의협 홍보이사는 “환자가 병원을 오면 오늘은 급여진료만 비급여진료를 하려면 다음날 다시 오라고 해야 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환자의 편의성과는 거리가 멀다. 환자입장에서는 고려가 안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미용의료는 비급여 시장으로 정부가 개입할 권한이 없다”며 “의사라면 누구나 할 의료행위에 제한 의도를 내비친 것도 위헌적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중재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유재길 국민건강보험노조 정책연구원장은 “비급여 사용이 필수적인 환자의 선택권 제약과 임상 현장에서의 급격한 제도 변화가 일으킬 저항 발생 등을 고려 시 비급여 행위 일체를 혼합진료금지 대상으로 적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질환 특성 등을 고려해 일부 비급여 행위의 경우 건강보험 급여와 혼용을 허용하는 포지티브 방식의 제도 시행이 적합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비급여 시장 통제를 위하여 신의료기술평가 강화, 민간의료보험을 규제, 비용 유발적인 공급구조 개편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