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스파이 활동한 中 공무원 적발…고삐 죄는 '반간첩법'
by이소현 기자
2023.08.21 16:17:31
中 "CIA 스파이 외교부 공무원 조사 중"
군수업체 직원 이어 이달 두번째 공개
지난달 ''반간첩법'' 시행 후 방첩활동 강화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중국 공무원이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연결된 스파이 활동을 하다 적발됐다. 지난달 간첩 행위에 대한 정의를 확대하고 처벌을 강화한 개정 ‘반(反)간첩법’을 시행하며 방첩 활동 강화에 나선 중국은 미 CIA와 관련한 간첩 활동 사례를 공개하고 나섰다. 이달 들어서만 벌써 두 번째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국가안전부는 최근 CIA에 민감한 정보를 제공하고 스파이 활동 자금을 받은 사례를 또 발견했다며, 외교부 공무원 하오모씨(39)를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국가안전부가 하오씨가 어떻게 CIA에 정보를 제공하게 됐는지 이례적으로 세부 정보를 공개했다고 전했다.
일본에서 유학하던 하오씨는 현지 미국 대사관 직원이라며 접근한 테드라는 직원과 친분을 쌓았고, 그는 하오씨에게 CIA 도쿄 사무소에서 일하는 리준 요원을 소개해주며,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이어나갔다. 포섭된 하오씨는 CIA 요원으로부터 중국으로 돌아가면 핵심 부서에서 일해달라고 요청을 받았으며, 첩보 활동을 위해 미국 측과 계약을 체결하고 훈련을 받고 귀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하오씨는 중국 정부 부처에서 일하면서 CIA 요원들과 여러차례 비밀리에 접촉하며 정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자금을 지원받았다는 게 국가안전부의 설명이다.
국가안전부가 미 CIA와 관련한 스파이 활동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지난 11일엔 중국의 한 군수업체에서 근무하며, 중요한 기밀을 다루던 쩡모(52)씨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연수 중이던 쩡씨는 현지 미국 대사관 직원이라며 접근한 CIA 요원과 친분을 쌓다가 그에게 포섭된 것으로 확인됐다. 거액의 보수와 가족의 미국 이민을 약속받은 쩡씨는 첩보 활동을 위한 미국 측의 심사와 훈련을 받고 귀국해 CIA 요원과 여러 차례 접촉하며 대량의 핵심 정보를 제공하고 자금을 지원받았다는 게 국가안전부의 설명이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간첩 기관은 일반적으로 업무에서 비밀을 유지하지만, 최근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간첩 행위의 범위를 대폭 넓히는 방향으로 반간첩법을 개정하면서 외국 기업의 리스크를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개정된 반간첩법은 기존에 국가기밀에 한정됐던 간첩 행위의 범위를 ‘국가안전 및 이익에 관련된 문서·데이터·자료·물품에 대한 절도·정탐·불범제공 행위’로까지 확대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첩보·간첩 색출 등을 담당하는 국가안전부는 최근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 공식 계정을 개설해 국가안보의 범위를 대폭 확대한 개정 반간첩법 동참을 독려하고 있다. 반간첩법에 따르면 모든 중국 국민은 스파이 행위에 대해 신고할 의무가 있다.
아울러 중국의 반간첩법 시행에 중국 내 외국인들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통계 자료와 지도 검색·저장, 군사 시설이나 주요 국가기관에 대한 사진 촬영 등에 유의하라고 했다.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사업가·학자·언론인 등은 반간첩법 개정을 의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