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전부터 투자했는데'…IPO 시장 한파에 FI도 울상

by김인경 기자
2022.06.13 16:18:43

보로노이, 희망밴드 최하단인 4만원으로 공모가 확정
프리IPO서 1조원 가치…막상 공모가 기준 시총은 5000억원
시장분위기 침체 속 프리IPO보다 낮은 공모가 속출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상장 전부터 알짜배기 기업을 살피고 투자하는 사모펀드 등 재무적투자자(FI)가 본전도 못 찾는 기업공개(IPO)가 이어지고 있다. 주식시장 변동성이 극대화하자 유동성이 쪼그라들며 투자 기업들의 가치가 지난해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장 재수생 ‘보로노이’의 공모 가격은 4만원으로 결정됐다. 당초 보로노이가 제시한 공모가 밴드(4만~4만6000원)에서 최하단이다. 지난 3월 상장 철회 당시 제시한 공모가(5만~6만5000원)보다도 40%가량 가격을 낮췄지만, 여기서도 최하단을 기록한 셈이다.

확정된 공모가를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계산하면 5055억원 수준이다. 유니콘 특례상장 조건(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기업이 평가기관 중 한 곳 이상에서 A등급 이상을 받으면 코스닥 상장 가능)을 겨우 채웠다..

그런데 보로노이는 지난 2019년 프리IPO 과정에서 최대 1조2000억원의 가치를 평가받았고, 작년 8월에도 7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지난 2019년부터 2020년 12월까지 발행한 전환사채(CB)나 전환우선주(CPS)의 가격도 주당 4만5100원에서 12만3600원 수준에 달한다. 상장 전 일찌감치 보로노이 투자에 나선 FI들은 당장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셈이다. 회사마다 투자 평균 단가는 다르지만 2015년부터 보로노이에 투자한 FI는 DS자산운용, 나이스 F&I, DS앤파트너사, ES인베스터 등으로 다양하다.



보통 공모가는 프리IPO에서 산정된 몸값보다 높다. 일찍 투자를 한 FI들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증시 변동성이 극심해지고 IPO 시장도 침체하자 분위기는 바뀌고 있다.

다만 보로노이가 불과 몇 년 전 1조원 이상의 가치까지 인정받을 만큼, 탄탄한 기업이라는 데에 이견은 없다. 보로노이는 지난 2020년부터 해외 3건, 국내 1건 등 4건의 기술이전에 성공했다. 현재 보유 중인 파이프라인은 총 11개다. 글로벌 제약사 수준의 실험 데이터 축적 역량을 보유한 데다 인공지능(AI) 모델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자금을 조달해 연구개발(R&D)을 해야 하는 바이오기업인 만큼, 만족스럽지 않은 가격에도 IPO를 강행하는 것”이라며 “FI도 상장 후 주가 상승에 대한 확신을 갖고 공모가를 수긍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실제 프리IPO나 주관사가 설정한 희망공모가 범위보다 낮은 가격으로 상장한 기업 중 상장 직후 강세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청담글로벌(362320)은 지난달 수요예측에서 24.79대 1의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하며 공모가를 희망 밴드(8400~9600원)보다도 낮은 6000원으로 확정했다. 하지만 상장 후 저가 매력에 투자자가 몰리며 13일 1만3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상장 후 6거래일 만에 공모가 대비 128.3% 오른 수준이다.

유경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다 보니 프리IPO 대비해서 공모가 밴드가 낮게 형성이 되고 있고, 수요예측 과정에서도 밴드 하단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라도 상장을 하겠다고 나오는 기업 중 가격 매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곳으로 투심이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