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 백신, 3000명 비교임상으로 3상 가능

by노희준 기자
2021.05.31 16:02:30

식약처,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계획서 표준안 마련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피험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코로나19 백신 개발사들이 수만명의 환자 모집이 필요하지 않은 ‘면역원성 비교 임상 3상’을 할 수 있게 됐다. 이 임상은 개발 중인 백신과 허가받은 백신의 중화항체가와 같은 면역원성 지표를 서로 견줘 평가하는 방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제약사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우리 백신 프로젝트’를 본격 착수, 그 일환으로 비교임상 등이 포함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계획서 표준안을 공개한다고 31일 밝혔다.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에 진입한 국내 5개사의 3상 임상시험 진입과 국산 백신 상용화를 지원한다는 취지다.

식약처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사의 의견을 수렴하고 외부 전문가들에게도 자문을 거쳐 길잡이가 될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계획서 표준안을 3가지로 마련했다. 임상 1·2상, 임상 3상(일반적인 유효성 임상), 임상 3상(비교임상) 등이다.

그동안 일반적인 백신 임상은 수만 명의 시험대상자를 대상으로 백신의 방어 효과를 측정하는 유효성 임상 3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국내 코로나19 예방접종이 본격화되면서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위약 대조군을 모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존 방식은 국산 백신 개발의 가장 큰 장애요인이 됐다.

이에 따라 식약처 백신 심사 전문가들은 이미 허가된 백신과 개발 중인 백신을 중화항체가와 같은 면역원성 지표 등으로 비교하는 면역원성 비교임상 3상 설계를 선제적으로 제시했다. 이를 이용하면 대규모 피험자수와 위약 대조군 모집 없이도 임상 3상이 가능하다.

표준안에는 임상단계별로 임상 디자인, 시험대상자 선정·제외기준, 평가변수(면역원성/안전성/유효성) 등에 대한 상세 기준을 구체적인 예시를 담아 제시했다.



특히 비교임상 3상 임상시험계획서 표준안에는 대조백신 선정, 임상디자인(비열등성 또는 우월성), 평가변수, 성공기준(마진), 시험대상자 수 산출근거, 통계분석방법 등 상세 기준을 제시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표준안이 국내 연구개발자의 백신 개발 과정에 시행착오를 최소화해 임상시험을 보다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경원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원장은 이날 오전 충북 오송 식약처 브리핑실에서 “면역원성지표를 통한 3상 임상시험에서 부작용 등 안전성을 평가할 수 있는 최소 인원을 3000명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이번 설계안에 최소한 3000명 이상의 피험자, 시험군을 넣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경원 원장은 또 면역원성 비교임상이 국내 백신의 해외 수출 때도 해외에서 인정할 만한 효력을 지닌 검증된 방법이냐는 기자단 질의에 “현재 세계보건기구(WHO) 또는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 등 해외 규제기관에서도 예방접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서 면역원성 비교임상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식약처는 비교임상으로 검증한 우리 백신이 해외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WHO 회의 등 국제무대에서 면역원성 지표를 활용한 비교임상 3상의 과학적 타당성과 규제에 대한 유연한 적용을 설득하면서 해외 규제기관과 논의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이와 함께 식약처는 앞으로 비교임상과 변이주 대응 백신 개발을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 맞춤형 전주기 품질관리 지원, 개발 품목별 1:1 맞춤형 기술 지원 등에도 나설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