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은행 부실여신으로 골머리…실적도 둔화

by권소현 기자
2015.08.28 16:48:13

상반기 수익 증가율 거의 제자리걸음
올해 상장 13년래 최악 될 듯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중국 대형 은행들이 불어나는 부실여신 처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 경기둔화로 대출 상환에 문제를 겪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상장 13년 만에 최악의 해를 보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상반기 주요 은행의 수익 증가율은 1분기에 비해 크게 둔화된데다 최근 증시 급락으로 경기부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만큼 수익성 전망은 더 악화됐다고 보도했다.

대출자산 규모로 중국 최대 은행인 공상은행(ICBC)은 상반기 순이익 1490억2000만위안을 올려 전년동기대비 0.6% 늘어나는데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작년 상반기와 올해 1분기 각각 7%, 1.4%를 기록했던 것에 비해 상당히 둔화한 것이다.

3위 은행인 중국농업은행(ABC) 순이익 역시 상반기 1043억2000만위안으로 0.3% 증가해 1년 전 13%, 1분기 1.3% 늘었던 것에 비해 주춤했다. 교통은행 상반기 순이익 증가율도 1.5%로 1년 전 6%의 4분의 1에 머물렀다.

중국 대형 은행들이 수익은 보통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해왔다. 공상은행은 지난 2007년 60% 넘는 증가율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둔화로 대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수익도 주춤한 모습이다.

2008년 이후 대출붐이 불었을 때 은행은 국유기업과 지방정부에 공격적으로 대출해줬다. 하지만 ‘유령도시’로 불릴 정도로 일부 도시는 텅 비었고 과도한 인프라스트럭처로 인해 수익률은 기대에 못 미쳤다.

대부분의 산업에서 설비는 과잉인 반면 수요는 둔화되고 있고 부동산 시장 침체로 토지 판매도 타격을 받았다.



소피 쟝 노무라증권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는 “무수익여신 증가가 수익 둔화의 가장 큰 이유”라며 “은행의 내부 자본 확충 능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공상은행은 전체 대출에서 무수익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인 부실여신 비율이 1.4%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말 1.29%에 비해 높아진 것이다. 교통은행과 농업은행도 각각 1.35%, 1.83%로 3개월 전 1.3%, 1.65%에 비해 높아졌다.

글로벌 기준으로 보면 낮은 수준이지만,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는 실제 부실여신 비율이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 은행들은 부실여신 상각에 나서고 있다. 공상은행은 313억위안을 상각해 1년 전 127억위안에 비해 상각 규모를 두 배 이상으로 늘렸고 농업은행은 154억위안을 부실여신으로 처리해 전년 대비 30.5% 확대했다.

아울러 요주의 대출도 증가세다. 요주의 대출은 아직 부실여신은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은 대출을 의미한다. 6월 말 공상은행은 4204억위안을 요주의 대출로 분류했다. 이는 전체 여신의 3.6%에 해당하는 규모다. 1년 전만해도 2310억위안으로 2.1%에 그쳤지만 크게 늘어난 것이다.

올리버 배론 노스스퀘어 블루 오크 리서치 헤드는 “시장에서는 뚜껑을 열어보면 더 많은 부실여신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은행들이 충당금을 늘리고 있지만 부실여신이 늘어나는 속도를 따라잡지는 못하고 있다. 실제 공상은행은 상반기 충당금을 부실여신의 1.63배 쌓았지만, 이는 1년 전 2.4배에 비해 낮아진 것이다. 농업은행의 충당금 규모도 부실여신의 2.39배로 전년 3.46배에 비해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