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못 가, 유학 입학도 미뤄”…달러 1500원 ‘직격탄’
by강경록 기자
2025.12.01 11:13:16
1일 서울외환시장서 1466.45원에 거래
올해 7~9월 해외여행객 709만3383명
전년 동기 대비 7만9928명 줄어
여행업계 “한동안 수요 둔화 불가피”
[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원·달러 환율이 12월 들어 1500원선에 바짝 다가서며 해외여행과 유학 비용 부담이 정점을 향하고 있다. 항공권과 현지 물가가 동시에 오르면서 연말·연초 성수기를 앞둔 여행 수요가 눈에 띄게 주춤하고, 자유여행·유학·해외 체류자 전반에 고환율발 부담이 빠르게 확산하는 모습이다.
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9시 현재 전 거래일 종가보다 4.15원 내린 1466.45원을 기록하고 있다. 전날 서울 중구 환전소 전광판에는 달러당 1473원, 100엔당 940원이 표시됐다. 10월 초 1400원대 초반이던 원·달러 환율은 11월 중순 1500원선에 접근하며 불과 두 달 만에 급등했다. 원·유로 환율도 1700원을 넘어서며 전반적인 원화 약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고환율이 본격화되자 여행 수요는 빠르게 둔화했다.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7~9월 해외여행객 수는 709만 338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만 9928명 줄었다. 지난해 월 단위로 수십만 명씩 늘던 해외여행 증가세가 올해 들어 뚜렷하게 꺾였다. 국가데이터처 소비자물가지수에서도 해외 단체 여행비는 10월 124.79로 전년 대비 큰 폭 상승했고, 국제 항공료 지수도 118.88에서 121.57로 올랐다.
직장인 A씨(33)는 내년 초 계획했던 미국 여행을 최근 취소했다. 그는 “환율이 1500원을 향하면서 해외로 나가기가 부담된다”고 말했다. 대신 상대적으로 물가가 낮은 중국행을 고려 중이다. 여행업계는 “자유여행을 중심으로 연말 출국 일정 취소·연기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체류자와 유학생들은 더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미국 유학생 유모(26)씨는 “한국에서 같은 금액을 보내도 환율 때문에 실제 받는 돈이 줄었다”며 “생활비를 줄이려고 인스턴트 식품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던 이모(30)씨는 “환율 변동이 불안정해 학업에 집중할 수 없을 것 같아 입학을 미루기로 했다”고 전했다.
향후 여행 지출도 위축되고 있다. 컨슈머인사이트 10월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년 내 해외여행비를 ‘더 쓰겠다’고 답한 비율은 35.2%로 전년 대비 3.1%포인트 줄었다. 6개월 내 해외여행 계획률은 46.1%로 소폭 감소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1500원선 안팎에서 머무는 동안 자유여행을 중심으로 수요 둔화는 불가피하다”며 “연말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시장은 관망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외환시장 내부에서는 미국 제조업 지표와 연준(Fed) 인사 발언이 단기 변동성을 자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차와 글로벌 위험 회피 심리가 겹치면서 원화 약세 기조가 쉽게 꺾이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