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보다 커피’…JAB ‘명품구두’ 브랜드 지미추 매각 나서
by방성훈 기자
2017.04.25 11:53:25
JAB, 명품 패션 브랜드 발리·벨스타프도 ‘매각 가능성’ 검토
2012년 이후 커피 브랜드 줄줄이 인수…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커피업계 ‘공룡’으로 변화 모색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커피가 패션보다 나은 사업일까? 독일 소비재 업계의 대부 JAB홀딩스를 소유한 재벌가인 ‘라이만 일가’는 최소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간) 진단했다.
JAB은 이날 명품 구두 브랜드인 지미추를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미추는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주인공이 신는 신발로 등장해 인기를 얻은 브랜드로, JAB은 지미추 지분 67.6%를 소유하고 있다. JAB은 지난 2011년 5억4000만파운드(한화 약 7830억원)에 지미추를 인수했으며, 2014년 영국 런던 증시에 상장시켰다. 아직까지 지미추를 인수하겠다는 곳은 나타나지 않았으나 이날 발표 이후 지미추 주가가 9% 넘게 폭등하는 등 인수·합병(M&A)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높아진 상태다.
JAB은 스위스 명품 가죽 브랜드인 ‘발리’에 대해서도 매각 가능성을 포함한 전략적 검토에 나섰다. 또 조만간 영국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이 선전해서 유명해진 명품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벨스타프에 대한 검토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JAB이 명품 패션 브랜드들 처분에 나선 것은 커피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NYT는 평가했다. 실제로 JAB은 지난 2012년부터 피츠커피앤드티, 카리부커피, 큐리그그린마운틴 등 미국 커피 브랜드들을 대거 인수하면서 커피 및 음식 사업의 몸집을 불려왔다. JAB은 지난 해 크리스피크림도넛을 사들인데 이어 이달 초에는 브런치 카페체인인 파네라브레드를 인수하기도 했다.
NYT는 입수한 문서를 인용해 “JAB이 최근 몇 년 동안 커피와 관련된 분야에 상당한 투자를 해왔으며, 결과적으로 명품에 대한 투자를 비핵심 분야로 간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JAB이 36.84%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화장품회사 코티에 대한 투자와 인텔리겐차, 스텀프타운커피 등과 같은 고급 커피 사업에 집중하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핸드백 대신 식음료에 지갑을 열고 있는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고 NYT는 평가했다. 지미추와 발리, 벨스타프 모두 브랜드 인지도와는 별개로 성장성 등에서 마땅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JAB의 변화가 전 세계 커피시장을 장악하는 네슬레에 도전하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JAB은 이같은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통해 패션업계 ‘빅3(루이비통·리치몬트·케링)’와 경쟁하기 위해 노력했던 지난 8년 간의 여정도 함께 끝마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