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업계, '비정규직' 필요하지만...해법 못찾아

by김현아 기자
2011.05.19 18:54:47

완성차 업계, '자동차산업 지속성장과 노동유연성' 토론회 개최
노동유연성의 중요성은 공감..사내하청 해법은 시각차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유례없는 호황기를 누리고 있지만, 성과 변동이 심한 산업의 특성상 노동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평가가 많다.  
 
19일 현대차(005380)와 기아차(000270),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003620)가 회원사로 있는 한국자동차공업협회가 개최한 '자동차산업 지속성장과 노동유연성' 토론회에서도 발제자와 토론자 대부분이 차 업계에서 사내하청이나 정리해고 등 노동유연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했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 ▲법적인 규제를 풀어 노동유연성을 지금보다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한 지 ▲노동유연성으로 인한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별을 해소하는 게 먼저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컸다.
 
전기차 등 자동차의 전장화가 가속화되면, 자동차 산업에서도 기존의 '컨베이어시스템' 대신 모터나 배터리 등을 만드는 전기·전자 부품업체와의 협업시스템이 중요해진다.
 
이는 곧 완성차 업체로서는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의미하며, 노동유연성이 더 큰 화두로 떠오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나, 한 번의 토론회로 자동차 산업의 화두인 노동유연성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는 없었다.
 

 
국민대 유지수 교수는 "도요타의 경우 2007년 영업이익률 9.5%에서 2010년 0.78%로 추락하는 등 영원한 1등은 없다"면서 "어려운 시기에 노동 유연성을 가진 회사만 살아남고, 경직성을 가진 회사는 파산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노동법은 유연성 측면에서는 낙제점"이라고 말했다.
 
경총 이형준 노동정책본부 본부장은 "사내 하도급 문제는 노동뿐 아니라 산업의 차원에서도 다뤄져야 할 전 국가적인 문제인데 왜 고용노동부만 관심인 지 모르겠다"면서 "야당이 노조법 개정안을 냈는데 이처럼 사내하청 근로자를 원청 근로자처럼 보호하면 모두 망한다"고 말했다.
 
I&S법률사무소 조영길 변호사는 "최근 대법원이 현대차 사내하청을 불법파견으로 한 판결을 보면, 우리나라 판사님들이 외국법을 제대로 공부했는 지 의문"이라면서 "현대차 판결을 전 산업에 적용하면 1년에 수조원의 비용이 든다. 현재의 노동법은 기업의 정당한 이익을 외면하는 만큼, (제조업종 등에 대부분 금지돼 있는) 파견을 자유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윤기설 기자는 "금융위기때 GM이 2만명을 해고했지만 파업안하고 받아들인 것과 달리, 같이 힘들었던 쌍용차는 정리해고로 77일간의 파업이 있었다"면서 "이런 상황이 고용을 탄력적으로 할 수 없게 만든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윤 기자는 "MB 정부에서 재작년 지방선거에서 지고 나서 중도실용을, 작년에 갑자기 공정사회를 말하는 등 우파 포퓰리즘이 있다"면서 "파견법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고쳐야 하는데 정권을 잡은 자가 선거에 지면 자꾸 포퓰리즘으로 간다"고 비판했다.
 

 
자동차 산업이 계속 성장하려면, 파견까지 2년후 고용의무없이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사내하청과 정규직간 차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외대 이정 교수는 "우리나라에는 30만명 정도의 하청 근로자가 있는데, 이들은 임금 및 근로조건 뿐 아니라 사회보장쪽에서도 많은 차별을 받고 있다"면서 "(급변하는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기업들이 대응할 수 있도록) 경영상의 해고 등에 있어 정당성 요건을 조금 완화해야 하지만, 비정규직도 열심히 하면 정규직이 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춰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유정엽 정책국장은 "우리나라는 고용유연성이 상당히 높은 나라"라면서 "대법원 판단에도 불구하고, 당장 사내 하도급 노동자에 대해 원청사에 직접 고용책임을 묻기 어렵다면 (노동부가 만들고 있는) '사내 하도급 가이드 라인'을 통한 차별 개선과 함께 철저한 행정 감독과 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업연구원 이항구 팀장은 "자동차 산업은 상당히 고임금 업종이라 중산층 이슈로 정부가 관심을 갖고 있다"고 전제한 뒤, "임금 구조를 보면 정규직쪽은 국내 업종중 임금 상승률이 최고이지만, 비정규직은 그렇지 않아 불균형이 심하다. 서로의 양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사내하청은 이미 시스템으로 고착화돼 있고, 그린카 시대에는 협업시스템이 더 중요해지니 시스템을 바꾸기 보다는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부 양성필 과장은 "유연성 확보는 불가피하지만, 차별 해소 문제도 반드시 병행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언급했다.
 
사회자인 한성대 박영범 교수는 토론회 말미에 "교수사회에서도 비정규직 시간강사가 전임교수가 되기 어려워 지면서 집단행동이 나오고 있다"면서 "노사정선진화위원장이지만, 토론한 뒤에도 합의점을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