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와중에…효성화학은 왜 탈모방지 스타트업에 투자 나섰나

by하지나 기자
2024.09.02 15:51:20

폴리페놀팩토리에 30억원 투자..지분 27.27%
모다모다 염색샴푸 개발한 이해신 교수 창업
2Q 부분자본잠식..특수가스사업부 매각 관건
효성화학 "유망사업에 대한 단순 투자일 뿐"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효성화학이 카이스트 스타트업 폴리페놀팩토리에 투자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폴리페놀팩토리는 염색샴푸로 잘 알려진 모다모다에 기술 이전을 했다가 결별한 이해신 카이스트 화학과 교수가 새롭게 창업한 회사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효성화학은 폴리페놀팩토리가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 2만4900주를 30억원에 취득했다. 지분율은 27.27%에 해당한다.

폴리페놀팩토리는 이해신 카이스트 화학과 교수가 2023년 8월 카이스트 교원 창업으로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이 교수는 최근 화제를 몰고 왔던 모다모다의 염색샴푸를 개발한 장본인이다. 하지만 모다모다와 기술 사용료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고 결국 폴리페놀팩토리를 창업하며 홀로서기에 나섰다.

폴리페놀팩토리는 탈모 방지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받았고 최근 이를 적용한 ‘그래비티’ 샴푸를 새롭게 출시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 제품은 미국에서 1122%의 펀딩을 달성하며 큰 인기를 끌었고, 지난 4월 국내 론칭 시에도 출시 109시간 만에 모든 상품이 품절되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은 것으로 알려진다.

효성화학 삼불화질소(NF3) 공장
다만 효성화학의 경우 최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특수가스(NF3) 사업부 지분 매각을 추진하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의사결정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효성화학은 특수가스사업부 매각을 위한 실사가 막바지 작업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IMM PE·스틱인베스먼트 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효성화학은 지난 2분기 900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규모가 늘어났고 결국 자본잠식률 90%로 부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상황이다.

일단 특수가스 사업부 지분 매각만 제대로 마무리되면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매각가는 1조3000억원으로, 효성화학이 유입된 자금으로 차입금 상환에 나설 경우 재무구조는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2분기말 기준 단기차입금 2조2226억원의 절반이 줄어드는 것으로, 이자비용도 상당 부분 줄어들면서 순이익 증가 효과가 예상된다. 효성화학은 상반기 지불한 이자비용만 905억원에 달한다.

효성화학 측은 폴리페놀팩토리 지분 투자 배경에 대해 “단순 투자”라는 입장이다. 효성화학의 타법인 출자 현황을 살펴보면 신화인터텍, 효성화학 베트남법인(비나케미컬), 효성필름 중국법인(Hyosung Film(Quzhou)) 모두 ‘경영참여’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효성화학 관계자는 “‘폴리페놀’이 미래에 유망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단순 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