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는 러시아 일부"…러, 학교서 '애국교육'으로 여론전
by이현정 기자
2022.03.21 14:45:32
학교·유치원서 우크라 침공 정당화 교육
"학교, 서방의 정보전·심리전 대항기지"
학부모·교사, 정치선전 참여 거부하기도
[이데일리 이현정 인턴기자]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애국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프로파간다(정치 선전) 전파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진행하고 있는 여론통제 강화의 일환인 것으로 풀이된다.
| 러시아 시민들이 러시아군을 상징하는 Z자가 그려진 깃발을 흔들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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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러시아 정부가 학교와 유치원을 통해 학생들에게 전방위적인 정치 선전을 강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3주간 러시아 소셜미디어에는 학생들이 러시아군을 상징하는 Z자 대형을 만들거나 어린이 합창단이 카메라를 향해 “단합한 우리는 천하무적이다!”라고 외치는 등의 모습이 담긴 수천 개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앞서 세르게이 크라브초프 러시아 교육부 장관은 서방의 정보전·심리전에 대항하는 중심 기지로 학교를 꼽은 바 있다. 크라브초프 장관은 이달 3일 500만명 이상의 러시아 학생들이 정부가 제작한 ‘평화 수호자’라는 명칭의 시리즈 애국 교육 방송을 수강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그 에피소드 중 하나는 ‘세계에 대한 어른들의 대화’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는 연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은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는 정당한 국가가 아닌 러시아의 일부이며 현재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끄는 우크라이나 정부는 네오나치(Neo-Nazis)라는 교육을 받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또 온라인을 통해 많은 뉴스를 접하는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대상으로는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공격했다는 정보가 워싱턴에서 조작한 가짜뉴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과 같은 서방의 대형 플랫폼은 이미 차단됐으며 정부의 인터넷 통제를 우회할 수 있는 가상사설망(VPN)도 상당수 폐쇄되는 등 정보 통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학생들에 대한 정치적 세뇌에 격분한 일부 학부모와 교사는 반발하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고르 코스틴은 딸이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크림반도 합병 8주년 축하행사 참여를 계획한 것을 알고 분노했다고 밝혔다. 이 학교는 크림반도 인근 크라스노다르 지역에 위치해 있다. 코스틴은 정치가 교실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교육관련 법을 인용해 이를 거부했다. 그는 “22명의 학생들 중 오직 다섯 부모만이 그날 자녀를 학교에 보냈다”라며 “하지만 공개적으로 항의한 부모는 없었다. 두려움에 위축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모스크바에서 지리교사로 근무한 캄란 맨플리는 이달 8일 인스타그램 계정에 “최근 학교에서 정부의 입장 말고 본인의 의사를 대변해서는 안 된다고 들었다. 그러나 내게는 견해가 있고 정부의 프로파간다를 대변할 생각이 없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교사들에게 ‘특별 군사작전’ 등 정부가 허용한 용어만을 사용할 것을 강요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