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사단 '철책 월북' 사건 은폐 의혹…"간부가 입단속"

by김호준 기자
2022.02.21 15:04:32

'22사단 근무' 주장 병사 A씨
페이스북 '육대전'에 "사건 은폐 의혹" 글 올려
"대대 지휘통제실, 오경보로 무마" 주장

한미연합훈련이 진행 중인 20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육군 장병이 임진강변 철책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지난달 초 탈북민이 강원도 동부전선 최전방 철책을 넘어 다시 북한으로 간 ‘철책 월북’ 사건 발생 직후 해당 부대 간부들이 사건을 축소·무마하려고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1일 페이스북 계정 ‘육군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따르면 자신을 철책 월북 사건이 일어난 22사단 일반전초(GOP)에서 근무하는 병사라고 소개한 A씨는 “평상시 상황실 영상감시 모니터를 지켜봐야 하는 중대 상황 간부들은 상황실 내에서 개인 휴대폰으로 유튜브 감상, 부동산 구경, 근무와 관련되지 않은 지인과의 음성통화를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A씨는 “북한 귀순자의 월남과 아군 남책에서 월북하는 미상 인원을 대비해 상황실의 자리를 상시 유지해야 하는 상황 간부들은 흡연하러 간다며 자리를 비우기 일쑤였고, 근무 시간 내내 상황병과 농담하며 욕설과 비속어를 병사들 앞에서 남용했다”고도 했다.

철책 월북 사건이 일어난 이후 해당 부대 간부들이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A씨는 “철책 상단부 압력에 의한 광망 절곡(부러져서 굽어짐) 센서 감지 경보가 울렸음에도 상황실의 상황 간부를 포함한 그 누구도 미상 인원이 아군 열영상 카메라 정중앙에 40초간 월책하는 화면을 관측하지 못했다”며 “해당 센서 감지 경보를 상황 종료하기 이전에 꺼버리는 등의 미숙한 행동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상황 조치를 하던 박 모 병장이 ‘사람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철책 상단부에 압력을 가한 것 같다’는 상황 보고를 대대에 보고하지 않고, 대대 지휘통제실에서는 상황을 20분 내로 오경보로 무마했다”고 했다.

실제로 당시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단이 현장을 조사한 결과 대대 지휘통제실장이 상황을 대대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채 종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중대장은 이후 합참과 육본 조사에서 절곡 경보를 껐다는 사실과 B병장이 당시 상황 간부에게 미상 인원이 월책하며 철책 상단부에 압력을 가한 것 같다는 중요한 보고를 자체 누락시켰고, 이 과정에서 조사관과 검열관이 와서 물어보더라도 말하지 말라며 입단속을 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결국 조사 과정에서 사람에 의해 경보기가 꺼졌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그제야 급급하게 말을 바꿨다”고 했다.

지난달 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전동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철책 월북 사건’ 초동 조치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건 이후 병사들의 개인정비·취침 시간을 보장하지 않고 무리한 근무를 시켰다는 주장도 나왔다.

A씨는 “새로운 상황조치 훈련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이유로 병사들의 하루 할당 근무시간이 지났음에도, 병사들의 개인정비 시간과 취침시간을 활용해 훈련을 강행했다”고 했다.

그는 “수많은 작업과 훈련, 상황 등으로 끼니는 챙기지도 못해 근무가 끝나면 병사들은 각자 사비로 산 라면을 먹기 일쑤였다”며 “어려움을 분대장이 중대장에게 보고했음에도 ‘너네가 견뎌야 할 부분’이라고 오히려 분대장에게 면책을 줬다”고 했다.

끝으로 A씨는 “월북 사건 이후 대대장, 중대장, 소초장, 당시 상황 간부들에게 떨어진 징계 내용은 현재까지 아무것도 없다”며 “해당 근무 영상감시병, 경계병에게만 추가 초소 운용, 영상 감시병 작업 시 증원 등 경계 작전 지침 수정 내용 밖에 바뀐 것이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 22사단은 “현재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경계작전 제 요소를 보완·보강하고 있으며, 관련 인원들에 대한 조치는 절차대로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사단에서는 경계작전부대 간부들의 전문성 및 직무수행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장병의 휴식 및 정비여건도 보완해 군 본연의 임무 완수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