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 "세종시 블랙홀 더 이상 못 참아…혁신도시 우리도 지정"

by박진환 기자
2019.07.09 13:44:27

세종시 팽창하면서 충청권 인구·기업들 쏠림현상 심화
대전시·충남도, 정치권 공조…혁신도시 추가 지정 사활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1+10 혁신도시 지방정부 연대회의에서 이춘희 세종시장(앞줄 왼쪽 다섯 번째 부터 오른쪽으로), 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장, 이원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과 지방 혁신도시 대표자들이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대전·홍성=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대전시와 충남도가 혁신도시 추가 지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의 기능과 역할이 강화되면서 인구는 물론 공공기관, 기업들까지 빨아들이는 블랙홀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전시와 충남도는 혁신도시 지정을 통해 공공기관 유치와 함께 더이상의 인구유출을 막겠다는 포석이 깔려있다.

세종시 신도시에 KDI 등 국책연구기관들이 입주해 있다.
사진=세종시 제공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을 제외하고, 전국 13개 시·도 중 혁신도시가 없는 곳은 대전과 충남 단 2개 지역이다. 참여정부인 2004년 당시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행정도시(세종시)와 10개 혁신도시 건설이 추진됐다. 그러나 행정도시가 충남 연기군(현 세종시)에 조성된다는 이유로, 대전은 정부대전청사를 비롯해 다수의 공공기관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2개 지역은 혁신도시 지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 결과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 대상지에서 대전과 충남은 제외됐고, 혁신도시 특별법에 따라 시행 중인 지역인재 우선채용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세종시가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수도권이 아닌 충청권 인구와 기업, 공공기관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일례로 세종시에 정부 부처 입주가 본격화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대전시민 8만 73명이 세종으로 이주했다. 충남도의 상황도 비슷하다. 충남도는 2012년 연기군 전역(361㎢)과 공주시(77㎢) 일부가 세종시로 편입됐다. 당시 연기군 인구 9만 6000여명과 지역내총생산(GRDP) 1조 7994억원이 줄었다. 대전과 충남이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명박 정부가 행정도시 백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전과 충남, 충북 등 충청권이 공조해 이를 막았지만 세종시 성장이 인근 충청권의 쇠퇴를 앞당기고 있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양승조 충남지사가 9일 국회를 방문해 국토위 법안심사소위 이헌승 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간사 윤관석 의원, 자유한국당 간사 박덕흠 의원, 바른미래당 간사 이혜훈 의원, 강훈식·이규희·이은권 의원 등을 만나 혁신도시 추가 지정에 대해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사진=충남도 제공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대전과 충남은 혁신도시 지정을 이를 타개하기 위한 유일한 대안으로 제시했다.



우선 대전시는 대전역세권을 포함한 원도심 지역을 혁신도시 개발예정지구로 지정해 새로운 혁신도시 모델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10일 혁신도시 지정 분위기 확산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국회에서 개최하고 25일 지역에서도 분위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지역정치권과 시민, 충남 등과 힘을 합쳐 혁신도시 추가 지정을 관철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자”며 “시민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가 큰 힘이 되는 만큼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시민들의 역량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양승조 충남지사도 9일 국회를 방문해 국토위 법안심사소위 이헌승 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간사 윤관석 의원, 자유한국당 간사 박덕흠 의원, 바른미래당 간사 이혜훈 의원, 강훈식·이규희·이은권 의원 등을 잇따라 만났다.

양 지사는 이 자리에서 “충남은 국가 균형발전 정책의 핵심인 세종시 건설에 가장 큰 기여를 했지만 정작 국가 균형발전 정책에서는 소외받고 있다”며 “세종시 출범으로 혜택이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오히려 경제·재정적 손실이 매우 컸고, 현재도 세종시로 충남 인구가 유출되는 등 지역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충남 혁신도시는 충남만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닌 전국이 골고루 잘사는 기반을 마련하고 국가 균형발전 정책 실현을 위한 것”이라며 “충남의 특수성과 지역민의 상실감 등을 고려해 혁신도시법 개정안 통과에 힘을 모아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