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의사 진심 담은 '닥터지'…글로벌 유통사도 반했다

by김정유 기자
2018.07.25 10:56:55

안건영 고운세상코스메틱 대표, 지분 51% 스위스 미그로스그룹에 매각
"탄탄한 유통망 활용해 닥터지 글로벌 경쟁력 키울 것"
'화상 극복한 기업인' 화장품 진정성 높이 봐, '마이스킨멘토' 서비스도 관심

안건영 고운세상코스메틱 대표가 경기도 분당구 본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세계적인 화장품 원료 기술은 물론, 유럽·미국시장에서 탄탄한 유통네트워크를 지닌 미그로스그룹과의 시너지를 통해 ‘닥터지’와 한국 더모코스메틱(기능성화장품)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습니다.”

25일 글로벌 유통업체 미그로스그룹에 지분 51%를 매각키로 본계약을 체결한 안건영 고운세상코스메틱 대표의 야심찬 포부다. 안 대표는 자체 더모코스메틱 브랜드 ‘닥터지’의 글로벌 경쟁력 확대를 위해 회사를 매각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피부과 의사로 시작해 2000년 고운세상코스메틱을 설립, 경영에 첫 발을 뗐던 안 대표가 이젠 글로벌 시장을 향해 한층 진화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고운세상코스메틱은 선크림(자외선차단제)과 필링젤 등을 중심으로 한 닥터지 브랜드를 운영하며 지난해 연매출 280억원을 올린 뷰티 분야 강소기업이다.

안 대표는 이날 자신의 보유한 회사 지분 51%를 미그로스그룹의 화장품 원료 전문 자회사 미벨AG에 매각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매각가격은 약 300억원. 미그로스그룹은 스위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유통업체다. 안 대표는 본계약 체결 후 다음달 초 미그로스그룹 측 관계자들과 공식 세리머니도 진행할 예정이다. 안 대표는 “이번 계약을 통해 미그로스그룹의 다양한 유통망과 우수한 원료, 그리고 닥터지가 가진 브랜드 철학·제품력이 더해져 양사간 시너지가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이번 지분 매각 이후에도 고운세상코스메틱의 최고경영자(CEO)로 남는다. 이는 미그로스그룹 측이 먼제 제안한 내용이다. 지분 매각 계약 과정에서 미그로스그룹 측은 안 대표에게 “‘닥터 안’(안 대표 지칭)이 없으면 이번 지분 인수는 의미가 없으니 앞으로도 닥터지를 잘 이끌어달라”고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안 대표는 고운세상코스메틱의 2대 주주이자 CEO로 회사의 글로벌 전략을 진두지휘할 계획이다.

이 같은 미그로스그룹의 신뢰는 안 대표가 가진 화장품에 대한 진정성이 크게 작용했다. 안 대표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수식어는 ‘화상을 극복한 기업인’이다. 안 대표는 어린 시절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었지만, 직접 피부과 의사가 돼 트라우마를 극복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 같은 아픔은 ‘피부과학으로 세상을 건강하게 한다’는 안 대표와 고운세상코스메틱의 경영철학으로 자리잡았다. 피부로 고민하는 환자와 소비자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던 안 대표의 아픈 경험은 사업에 대한 진정성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미그로스그룹 입장에선 이 같이 더모코스메틱 사업에 진정성을 가진 안 대표야말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가 야심차게 선보인 닥터지의 ‘마이스킨멘토 프로그램’도 이번 미그로스그룹 투자에 큰 영향을 줬다. 이 프로그램은 설문을 통해 피부타입을 16가지로 정밀 진단해 이에 맞는 처방과 솔루션을 멘토링해주는 서비스다. 안 대표는 “미그로스그룹이 닥터지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엔 ‘바우만 피부타입 테스트’를 토대로 한 마이스킨멘토 프로그램이 중심에 있다”며 “미그로스그룹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가 아닌, 건강한 피부를 위해 전반적인 솔루션을 제공해주는 닥터지의 브랜드 콘셉트에서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발견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안 대표 역시 미그로스그룹의 투자로 글로벌 사업에 한층 속도를 붙일 수 있게 됐다. 초창기부터 ‘해외서 더 잘 알려진 화장품’으로 알려진 닥터지의 판로를 한층 확대시킬 계획이다. 닥터지는 2006년 홍콩 대형 드럭스토어 ‘사사’에 입점한 지 1년 만에 100만달러를 벌어들이는 저력을 발휘했고 이후 이를 기반으로 대만·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진출에도 나섰다. 2016년엔 미국시장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매출액도 200억원대로 올라섰고 수출시장도 넓어져 현재 닥터지는 전 세계 20개국 이상에 제품을 공급 중이다. 안 대표는 지속적으로 닥터지의 제품력과 브랜드 진정성을 내세우며 해외 드럭스토어·백화점 등으로 판로를 넓혀왔다. 미그로스그룹의 폭넓은 유통망까지 가세하게 되면 그간 주요 공략처로 여겨지던 유럽시장도 뚫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특히 안 대표는 미그로스그룹과 중국시장을 공통으로 눈 여겨보고 있다. 안 대표는 지난해까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영향으로 위축됐던 중국시장을 미그로스그룹의 원료와 유통망 경쟁력을 활용해 다시 한 번 공략할 계획이다. 과거 중국시장 진출 실패 경험이 있는 미그로스그룹 역시 ‘한국 화장품’ 닥터지를 통해 중국 더모코스메틱 시장을 다시 ‘노크’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안건영 고운세상코스메틱 대표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