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찾던 요우커 긴자로 갈까…中 소비수혜주 엔화 직격탄

by권소현 기자
2015.04.29 15:45:19

호텔신라 10%대 급락…화장품주도 대거 하락
일본 찾는 요우커 증가..2~3월 방일 중국이 1위
엔화 약세 수출주 뿐 아니라 내수주도 타격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중국 요우커 수혜주로 꼽혔던 내수주들이 엔화 약세 직격탄을 맞아 일제히 급락했다. 서울 명동을 가득 채웠던 중국 관광객들이 도쿄 긴자로 몰려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29일 호텔신라는 전일 대비 10.48% 급락한 11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도 1.75% 빠졌다. 면세점 실적호조로 요우커가 몰려올 때마다 직접적인 수혜가 기대됐던 종목들이다.

요우커의 화장품 사랑에 힘입어 주목받았던 화장품주도 대부분 내림세를 보였다. LG생활건강(051900)도 2.76% 하락했고 에이블씨앤씨, 한국콜마(161890), 산성앨엔에스(016100)도 2~3% 떨어졌다. 한국화장품(123690)과 한국화장품(123690)제도는 각각 6.85%, 9.31% 미끄러졌다.

쿠쿠전자(-3.85%), 보령메디앙스(-4.18%), 아가방컴퍼니(-0.71%) 등 생활가전업체와 육아용품주도 일부 약세를 나타냈다.

그동안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 으레 수출주에 악재로 인식되면서 자동차주 등의 급락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요우커들이 일본으로 발길을 돌린다면 이제 내수주도 엔화 약세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요우커 수혜주들이 대거 하락한 것이다.

엔화 약세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방사선 우려가 커진데다 영토분쟁 등으로 중국인들의 반일감정이 컸던 만큼 요우커들은 일본보다 한국을 찾았다. 그러나 엔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면서 더는 통화의 매력을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2012년 말보다 엔·위안 환율은 약 38% 상승했지만, 원·위안 환율은 1% 올랐다. 위안화 대비 원화 가치는 제자리걸음이었던 반면 엔화 가치는 3분의 1 이상 떨어진 것이다. 그만큼 중국인들이 같은 위안화를 들고 일본에 갔을 때 2년 전보다 구매력이 커졌다는 의미다. 특히 쇼핑을 좋아하는 중국인 특성상 통화가치는 여행지 선택의 주요 요인일 수밖에 없다.

천정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역사적인 면이나 정치적인 부문에 대하여 중국인들의 일본에 대한 반감은 존재하지만 중국인 관광객들의 일본 방문 욕구는 높아지고 있다”며 “역사적 감정보다 경제적 욕구가 우선시 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일본 정부의 관광 활성화 정책도 중국 요우커들을 유혹하고 있다. 중국인에 대한 비자발급 완화, 면세품목 확대, 중국-일본 간 직항노선 개통 등으로 일본 여행이 좀 더 쉬워졌다.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등 외교 갈등도 다소 누그러졌다.

여행사이트인 트레블주(Travel Zoo)가 중국인 4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올해 중국 요우커들이 선호하는 여행지에 일본이 39.6%로 1위에 올랐다. 작년 설문조사에서도 일본이 1위였지만 응답률 29.2%에서 올해 더 높아진 것이다.

실제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올 들어 3월까지 일본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동기대비 93% 증가한 반면 한국을 찾은 방문객수는 37.6% 늘어나는데 그쳤다. 특히 2월부터 크게 늘어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국적별로 1~2위를 다투던 한국과 대만을 제치고 중국이 1위로 올라섰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엔 환율 흐름이 요우커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며 “원·엔 환율이 추가로 하락하면 국내를 찾는 요우커 특수가 약해지면서 수출 경쟁력 뿐만 아니라 내수 부문 역시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