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한파]③"회사이름 빼고 다 판다"

by이진철 기자
2011.02.16 16:48:37

그룹계열 건설사도 알짜 자산 매각중

[이데일리 이진철 이지현 기자] 건설업계에 또다시 구조조정 한파가 불고 있다. 2009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3차에 걸친 정부의 건설업 구조조정으로 C등급(워크아웃 대상)과 D등급(자체 정상화 또는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분류된 건설업체들의 경영정상화 또는 퇴출 작업이 진행된데 이어 최근 들어선 B등급(일시적 유동성부족)까지 부도위기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부동산시장 침체 장기화로 다시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건설업계의 오늘을 살펴본다.  

"건설업과 관련 없는 사업은 모두 매각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대우건설의 서종욱 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구조조정 방향을 이같이 설명했다.

산업은행이라는 든든한 대주주를 새롭게 맞이한 시공능력평가 4위인 대우건설(047040)도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를 대비해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우건설은 올해 베트남 하노이 호텔과 북경 루푼탄자호텔, 대한통운 지분 등의 매각을 통해 8900여억원을 자금을 확보해 부채비율을 250%에서 177%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건설업계의 유동성 확보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되고 있다. 특히 해외사업 등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된 대형건설사에 비해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중견건설사들은 분양시장 침체로 돈이 들어올 데가 없다.

건설경기가 회복되기 전까지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선 팔 수 있는 건 모두 팔아 현금을 확보해 버텨야 하는 것이다.


 
그룹 계열사 중에선 코오롱건설이 자산매각을 통한 구조조정이 활발한 편이다. 코오롱건설은 작년 11월 과천 코오롱타워 본관 지분 20%를 180억원에 매각한 것을 시작으로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지분도 잇따라 처분하고 있다.

코오롱건설(003070)은 코오롱글로텍 주식 32만여주를 304억원에 처분했고, 코리아이플랫폼 주식 134만여주도 85억원에 계열사에 팔아 현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코오롱건설은 지난해 3분기말 현재 3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적자로 전환했다.

유진기업(023410)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택배회사인 로젠 보유지분 전량을 588억원에 매각한 데 이어 올해 상장을 추진중인 계열사 하이마트 보유주식 100만주를 500억원에 처분했다.



동부건설(005960)은 이달말 서울 용산 동자동에 소유한 부동산을 1271억원에 동부생명에 팔아 893억원의 처분이익을 예상하고 있다. 동부건설은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른 건축주택부문 매출감소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33% 감소한 540억원을 기록했다.

그룹계열 건설사의 경우 구조조정시 보유자산을 여유가 있는 계열사가 사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헐값 매각 우려가 낮은 것이 장점이다.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된 건설업체의 경우 보유자산 매각을 통해 정상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벽산건설(002530)은 대전 유천동 벽산프라자(장부가 152억원)와 오피스빌딩(959억원), 전주 완산군 전주백화점(818억원) 등 건설업과 관련없는 자산매각을 추진중이다. 이를 통해 약 2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남광토건(001260)과 신동아건설은 7400억원 규모의 김포신곡지구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다. 김포신곡지구 PF에 참여한 남광토건(지분율 30%), 신동아건설(40%), 청구(30%)은 공교롭게도 워크아웃 등 구조조정에 함께 들어간 상태다.

신동아건설은 잠실 향군회관 부지에 짓고 있는 오피스 빌딩을 국민연금공단에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중이다. 이 빌딩은 지하 6층 지상 30층 규모로 가격은 5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돼 매각이 이뤄지면 유동성 확보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09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후 자산매각을 진행한 우림건설은 서초동 사옥 매각만을 남겨둔 상태다. 그동안 카자흐스탄 우림애플타운사업, 용인 어정가구단지, 성남 아파트형공장, 김포한강신도시 택지 등의 매각을 추진해 유동성을 확보해 왔다.

경남기업(000800)도 2009년 5월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유동성 확보를 위해 계열사 지분을 비롯해 김포한강신도시 택지 등 2685억원 상당의 보유용지를 매각했다. 또 작년 상반기에는 광주수완지구 공사미수금 1050억원을 회수했고, 마다가스카르 니켈광, 남양주 별내에너지 발전부분 등의 보유지분 매각을 통해 올 2월까지 1440억원의 현금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반면 우량자산 매각에 성공하더라도 유동성 위기가 쉽게 사그라드는 것은 아니다.

월드건설의 경우 사이판 월드리조트와 강남 본사사옥 등 알짜 자산을 매각해 경영정상화를 모색했다. 하지만 자산매각 대금 대부분이 신규 사업이 아닌 채무변제 수단으로 사용되면서 신규 사업을 추진할 동력을 잃었고, 결국 워크아웃 진행하다가 법정관리로 추락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