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포 속여 술 팔게 만든 청소년들…종업원은 '선고유예'
by권효중 기자
2023.12.01 17:01:03
동부지법,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 벌금형 선고유예
감자탕집서 청소년 3명에게 소주 판매한 혐의
청소년들, 인터넷서 저장한 ''주민등록증 사진'' 보여줘
"''미필적 고의'' 인정되나, 국내 사정 밝지 못한 점 인정"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미성년자 3명에게 소주를 판매해 처벌을 받게 될 위기였던 중국 동포가 처벌을 면했다. 재판부는 주민등록증 등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책임이 있지만, 중국 동포(조선족) 출신이었던 만큼 관련 정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을 가능성을 인정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11단독 정원 판사는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는 중국 국적 동포 주모(61)씨에 대한 벌금 30만원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 유예가 내려진 후 일정 기간(2년) 추가 범행 등이 없다면 선고 자체가 면해지는 ‘면소’처분으로 간주된다.
주씨는 서울 송파구의 한 감자탕집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던 중 지난해 11월 29일 미성년자 3명의 신분증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소주 3병을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청소년보호법에 따르면 소주는 ‘청소년유해약물’에 해당, 이를 판매하거나 배포, 제공한 이들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주씨는 당시 미성년자들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고, 이들은 휴대전화에 저장된 주민증록증 사진을 보여줬다. 그러나 경찰 조서와 당시 현장 사진 등에 따르면 이들이 저장해 보여준 주민등록증은 자신의 것이 아닌,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들 중 자신과 닮은 얼굴을 찾아 저장한 것이었다. 그러나 한국의 주민증록증 체계 등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주씨는 추가 확인 등을 거치지 않고 이들에게 술을 판매했다.
결국 술을 판매한 혐의로 주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 역시 미성년자 손님들이 제시한 주민등록증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민등록증 사진과 손님이 동일인물이라고 단정할 정도는 아니었던 점 △실물 주민증록증 없이 사진만 저장하는 경우, 엄격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는 점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을 질문해 재차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사실 미성년자일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적어도 피고인에게 미필적 고의는 있었다고 할 것”이라고 짚었다.
결국 고의성이 없었다는 주씨와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주씨가 한국 출신의 내국인이 아니었다는 점 등은 인정됐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재판부는 결국 주씨에게 벌금형의 선고 유예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중국에서 이주해온 동포로서 국내의 법적 절차에 대해 그리 잘 알지는 못하였을 사정 등을 참작한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