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술봉쇄 강화…"中 자체기술로 반도체 미세공정은 어려울듯"
by김겨레 기자
2023.10.04 15:20:31
中, ASML·니콘·캐논 노광 장비 수입 막혀
中 자체 노광 기술은 90나노 수준
올해 28나노 장비 출시해도 연구용 그칠듯
기존 DUV로 5나노 이하 양산 사실상 불가능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미국이 대(對) 중국 기술 봉쇄를 강화하면서 중국의 초미세공정 반도체 양산이 지연될 전망이다. 중국이 7나노미터(㎚·1나노=10억분의 1m) 칩 양산까지는 성공했지만, 그 미만의 초미세 공정으로 나아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 와이어 본딩 방식으로 기판에 부착된 반도체의 모습.(사진=게티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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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은 오는 7일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1주년 전후로 네덜란드와 일본의 수출 제한을 반영한 추가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중국은 네덜란드 ASML의 심자외선(DUV) 노광 장비뿐 아니라 일본 니콘과 캐논의 범용 노광 장비 수입도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노광 장비 시장은 ASML이 85%를, 니콘·캐논이 나머지 15% 안팎을 차지한다.
중국이 네덜란드와 일본의 노광 장비를 구하지 못하면 자체 기술로 개발한 장비만을 사용해야 한다. 현재 중국의 노광 기술은 90나노 수준에 그친다. ‘중국의 ASML’을 노리는 국영 장비업체 상하이마이크로전자(SMEE)가 올 연말 28나노 공정을 구현할 수 있는 노광 장비를 출시한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여전히 10나노 이하 미세 공정과는 거리가 멀다.
SMEE가 올해 28나노 노광 장비를 출시하더라도 당분간 연구용으로만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해당 장비를 이용한 반도체 양산까지는 수년이 걸린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중국 내에서도 중국 자체 노광 기술로만 구현한 반도체 생산 라인은 없다. ASML과 SMEE의 기술 격차는 10년 이상으로 평가된다.
중국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DUV 장비로 5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을 구현하는 것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상업 제품 양산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중신궈지(SMIC)는 DUV를 반복 사용하는 ‘멀티 패터닝’ 기술로 화웨이 메이트60에 탑재된 7나노 칩을 양산한 것으로 보인다. DUV로 7나노 공정을 구현하면 극자외선(EUV) 장비를 활용하는 것과 비교해 시간과 비용, 불량률이 치솟는다. 과거 TSMC도 DUV만으로 미세 공정 구축을 시도했다가 포기한 이유다.
SMIC는 화웨이 메이트60용 칩을 생산하기 위해 이미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SMIC가 초미세 공정 칩을 양산하기 위해선 중국 정부가 대부분의 비용을 감당하거나 메이트60 시리즈의 판매량이 전례 없이 높아야 화웨이가 이를 지원할 수 있다.
중국이 화웨이 메이트60 시리즈를 두고 ‘미국의 기술 봉쇄 실패’라고 선전하는 것과 달리 미·중 기술전쟁의 이정표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워싱턴의 컨설팅업체 올브라이트스톤브리지그룹 기술정책책임자 폴 트리올로는 “미세 공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중국의 로드맵이 부족하기 때문에 화웨이 메이트60 출시가 얼마나 획기적인 사건이 될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미 싱크탱크 스팀슨센터 중국 부문 책임자 윤선도 “미국의 봉쇄 전략이 실패했다는 중국의 주장은 국내 여론을 모으는 데 효과적일지는 몰라도 화웨이 한 건만으로는 미국의 실패를 입증하기는 충분치 않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