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잇따르는 횡령… “처벌 강화하고 투명성 높여야”
by권효중 기자
2022.03.30 15:21:56
오스템임플란트 이어 상장사 횡령 계속
횡령 후 거래정지, 피해는 투자자 몫
횡령해도 형량 가벼워 "한탕주의 자극"
"내부회계관리제도 내실화, 양형 기준 구체화도"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올해 초 오스템임플란트를 시작으로 계양전기, 클리오 등 상장사들에서 횡령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내부 회계 관리 제도를 잘 알고, 이를 악용한 회사 직원들에 의한 범죄인 만큼 처벌을 강화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도 회계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잇단 대형 횡령 사고의 시작은 오스템임플란트였다. 오스템임플란트의 재무팀장이었던 이모(45)씨는 지난해 3월부터 8차례에 걸쳐 총 2215억원을 횡령했다. 이에 서울 강서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혐의로 이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 28일에는 이씨가 횡령액을 금괴, 리조트 회원권 등으로 바꿔 숨겼던 점을 고려,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를 추가했다.
이후에도 상장사들에서의 횡령 사고는 이어졌다. 지난달 15일에는 코스피 상장사 계양전기가 245억원 규모의 횡령이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이후 수서경찰서가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 공시 하루만에 재무팀 직원이었던 김모씨를 긴급 체포했다.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횡령 금액은 246억원 가량으로 늘어났고 김씨는 지난 16일 구속기소됐다.
클리오는 지난 1월 있었던 영업직원에 의한 약 22억원 규모의 횡령을 뒤늦게 사업보고서를 통해 공시했고, 해당 사건은 지난 7일자로 성동경찰서에 접수돼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LG유플러스에서도 이달 수십억원 규모의 횡령이 발생했고, 해당 직원은 해외로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회계 업무를 담당해온 내부 직원들에 의한 횡령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횡령 범죄의 형량은 무겁지 않은 편이다. 형법 제356조에 따르면 횡령에 대한 처벌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의 벌금형이다. 이에 대해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수백억원을 횡령하고 몇 년 살고 나오면 이후가 편하다는 마음이 들기에 충분하다”며 “어디까지가 횡령을 통해 얻어낸 부당이득인지 수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충분히 횡령 유혹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따르면 300억원 이상의 횡령일 경우 기본 5~8년의 징역형이 처해지고, 50억~300억원 미만은 기본 4~7년의 징역형에 그친다. 여기에 범죄를 통해 얻은 수익이 50억원 이상이라면 특경법(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돼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 가능하다.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의 몫으로 돌아가는 만큼 실질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오스템임플란트 등은 코스닥 시장 내에서 ‘임플란트 대장주’로 불릴 정도였지만 이번 횡령 사건으로 인해 거래가 정지돼 수많은 투자자들의 돈이 묶이게 됐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는 “사고가 터지고, 수많은 투자자가 피해를 본 후에야 나서는 것은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며 “금융당국에서도 상장 당시부터 내부통제시스템 등을 평가하고, 상장 이후에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 역시 상장사 내부의 회계관리제도를 보완하고, 적정한 형량 등을 다시 논의해 범죄를 막을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부회계관리제도의 내실을 확충하고, 경영진의 의지를 바탕으로 기업 내부에서부터 독립적인 감독과 이를 위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이 연구위원은 “횡령·배임죄의 권고 형량 기준이 2009년 시행안에 머물러있는 만큼 합리적인 형량에 대한 구체적인 재검토와 더불어 내부고발 유인 확대 등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